용산 랜드마크 빌딩 시공사 삼성물산 확정… 他건설사 “삼성물산에 특혜”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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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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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 평가서 토목 제외… 건축 1위 삼성 0.52점 우위

사업비 1조4000억 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랜드마크 빌딩 시공사로 삼성물산이 확정됐다. 삼성물산은 용산역세권개발의 대주주로 사업을 주도하다 지난해 8월 부동산 경기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지자 경영권을 반납했다가 이번에 다시 사업권을 따냈다. 하지만 다른 건설사들이 이번 입찰이 삼성물산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진행됐다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용산역세권개발은 26일 ‘랜드마크 빌딩 시공건설사 우선협상자’로 6개 평가항목에서 모두 만점을 받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2위인 현대건설과의 점수차는 0.52점. 삼성물산은 공사이익률 6%로 이번 공사를 맡았으며 2013년 6월에 착공해 2017년 6월에 준공할 예정이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삼성물산이 초고층 시공 기술력을 인정받은 게 수주 성공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162층·828m), 대만 타이베이 101타워(101층·509m),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타워(92층·452m) 등 세계 1, 2, 5위를 차지하고 있는 초고층 건물을 모두 시공했다.

랜드마크 빌딩은 여의도 63빌딩(16만6100m²)의 두 배 이상인 총면적 38만1904m², 높이 485m(100층) 규모로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사업비 1조 원)를 제치고 사상 최고액의 단일 건축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심사 과정이 삼성물산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적용돼 특혜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용산역세권개발에 따르면 랜드마크타워 시공사 심사기준은 △신용등급(100점 만점에 차지하는 비율 30%) △시공능력(20%) △시공실적(20%) △공사기간(10%) △전환사채(CB) △인수 참여(10%) △공사이익비율(10%) 등 6개 항목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항목은 시공능력 부문이다. 대형 건축사업 입찰에서는 토목과 건축을 합친 시공능력평가액 순위를 따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건축 분야로 한정했다. 최근 3년 동안의 평균 토건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현대건설이 1위, 삼성물산이 2위다. 하지만 건축 실적만 따지면 삼성물산이 1위, 현대건설이 2위로 순위가 바뀐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5개 항목에서 똑같이 만점을 받았지만 시공능력에서 0.52점 차이가 났다.

삼성물산이 공사를 독차지한 것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입찰공모에서 시공능력평가 1, 2위 업체에는 단독 입찰만 허용하고 3위 이하 업체들에는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되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의 평균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시공능력 점수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수주가 유력한 1, 2위 업체와 공동 사업하는 길은 막혔고 3위 이하의 건설사들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평균 시공능력 순위가 떨어져 수주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용산역세권개발의 대주주로 사업을 주도했던 삼성물산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토지대금 지급보증 요청을 거부하고 경영권을 반납했는데도 시공권을 딴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해춘 용산역세권개발 회장은 “다른 회사에 주고 싶었지만 평가 결과 삼성물산이 공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회사가 됐기에 맡겼을 뿐”이라며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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