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메가뱅크론’ 강조하는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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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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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 살길은 합병 통해 덩치 키우는 것”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은 “은행들이 지나치게 국내 경쟁에만 주력해서는 금융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며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메가뱅크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산은금융지주 제공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은 “은행들이 지나치게 국내 경쟁에만 주력해서는 금융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며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메가뱅크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산은금융지주 제공
“한국 금융이 살길은 합병뿐입니다.”

6월 우리금융지주 인수가 무산된 뒤 ‘칩거’에 들어갔던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초대형 은행(메가뱅크) 설립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밝혔다. 강 회장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큰 일본의 최대 은행 도쿄미쓰비시도 지점이 700개에 불과한데, 한국에는 지점이 1000개인 은행이 여럿”이라며 “이런 상태로는 다들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야 하는데도 주요 은행들이 합병을 거부하며 ‘자멸의 길’을 택하고 있어 안타깝다”고도 했다.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 위축으로 글로벌 경제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산업이 우물 안 경쟁에 매몰되지 말고 어떻게든 새 판을 짜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 고금리로 시중은행과 경쟁


3월 산은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강 회장은 줄곧 메가뱅크론을 주창하며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정부가 6월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 시도에 제동을 걸면서 현 정권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이자 ‘MB노믹스의 전도사’로 불렸던 그의 입지도 타격을 입었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무산되면서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인수를 다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는 것에 대해 강 회장은 “우리야 인수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이지만 (지주회사법 개정령 등)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이 식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강 회장은 지점이 59개에 불과한 산업은행이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아날로그식으로 생각하면 한계가 있지만 디지털식으로 대처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체 수익의 80∼90%가 이자에서 나오는 다른 은행과 달리 산업은행은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이자 수입 비중이 48%에 그쳐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주고 예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은행에 예금하면 보통 3%대 후반의 금리를 받지만 산은은 평균 4.3%에 우대 금리까지 준다”며 “갈 곳 없는 부동자금이 많아 고금리를 제시하면 예금을 늘리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최근 내놓은 고금리 상품이 불과 한 달 만에 5000억 원에 가까운 수신액을 올리는 등 효과도 입증됐다고 소개했다.

조직 개혁도 한창이다. 그는 자회사인 대우증권과 산업은행이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 계열사의 주선으로 다른 계열사가 성과를 내면 두 계열사 모두에 점수를 주는 ‘더블 카운팅 제도’를 도입했다. 다소 딱딱하고 둔해 보이는 국책은행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활발한 스포츠 마케팅도 펼치고 발레파킹 등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도입하는 데도 열심이다.

○ 세계 경제는 더블딥보다 더 큰 위기

강 회장은 세계 경제 전망과 관련해 “미국과 유럽이 주도해 왔던 세계 경제의 기존 체제가 붕괴되고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보다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라며 “조만간 세계 경제의 전체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돈으로 돈을 불리기만 하고 생산성 향상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 선진국이 빚까지 내서 소비하고 있어 선진국 주도의 현 경제체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으로 돈을 번 뒤 자기가 내야 할 세금으로 기부한다고 생색내는 워런 버핏 같은 세계적 거부들도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요 선진국이 비틀대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만 성장하고 있어 한국은 단군 이후 최대 호기를 잡았지만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이 채택되지 않아 이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성장 우선, 감세(減稅) 등 재정부 장관 시절 자신이 집행했던 정책의 타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강 회장은 “경제가 성장할 때 물가도 안정되지, 경제가 성장하지 않을 때 물가가 안정된 예가 없다”며 “물가만 걱정하는 건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퓰리즘 병이 한 번 들면 절대 못 고친다”며 “일본 자민당이 50년간 정권 유지를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한 결과 일본 정부가 막대한 빚을 진 것”이라고 했다.

강 회장은 중산층 붕괴, 실업 등은 디지털 혁명과 자본주의의 고도화 때문에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10명이 하던 일을 혼자 할 수 있는 시대가 왔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를 새로운 전략으로 해결해야지, 청년실업 문제라고 난리 치면 신세타령밖에 안 된다”며 “이는 자동차 사고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도 없애야 한다는 주장과 같은 논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기업 직원이 아니라 지식근로자 1인 기업이 되겠다는 젊은이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도 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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