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법인세 추가감세 철회]연봉 1억2000만원 근로자 내년 소득세 92만원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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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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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가 철회되면서 고소득층의 세 부담은 지금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득세 감세 계획에 따라 정부가 이미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공제를 축소한 데 이어 예정됐던 최고세율 인하까지 없던 일이 되면서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사실상 증세(增稅)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 철회로 늘어난 세금을 복지 확대에 사용할 방침이지만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예정됐던 감세가 철회됨에 따라 세수 증가 역시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감세 철회, 사실상 부자 증세

내년부터 연봉 1억 원이 넘는 근로자 20여만 명 가운데 상당수는 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과세표준액 8800만 원을 초과하는 최고 소득구간의 세율은 올해와 같지만 소득세 감세를 전제로 한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은 내년부터 축소된다. 과세표준은 연간 총소득에서 근로소득공제와 가족에 대한 인적공제, 의료비나 카드공제 등 종합소득공제를 뺀 것이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수감소가 우려되자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을 인하하는 대신 2012년부터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공제를 축소하고 세액공제는 폐지해 균형을 맞추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4500만 원 초과에 대해 일괄적으로 5%의 근로소득공제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2012년부터는 80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는 3%, 1억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의 공제율만 적용한다. 또 50만 원을 적용해온 세액공제도 총급여액이 1억 원을 넘는 사람에게는 2012년부터 폐지된다.

이에 따라 근로소득 외에 임대나 배당소득이 없는 연봉 1억2000만 원 근로자는 올해는 소득세로 1733만 원만 납부하면 됐지만 내년에는 1825만 원으로 세금이 92만 원 늘어난다. 세액공제액은 50만 원, 소득공제액은 42만 원 각각 줄어든다. 연봉이 1억5000만 원인 근로자는 늘어나는 세금 부담이 100만 원을 훌쩍 넘어선다. 올해는 소득세로 2730만 원을 내면 됐지만 내년에는 2864만 원을 내야 해 134만 원 늘어난다.

손잡은 당정청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제 개편 당정청회의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왼쪽)와 김황식 총리가 임태희 대통령실장(가운데)이 지켜보는 가운데 악수하고 있다. 당정은 2012년부터 시행하려던 소득세 인하 방안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손잡은 당정청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제 개편 당정청회의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왼쪽)와 김황식 총리가 임태희 대통령실장(가운데)이 지켜보는 가운데 악수하고 있다. 당정은 2012년부터 시행하려던 소득세 인하 방안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과세표준이 8800만 원 이하로 소득세율 24%가 적용되는 연봉 1억 원 이상 근로자 역시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 축소로 세금부담이 50만 원 늘어난다.

이처럼 고소득층의 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정부는 내년으로 예정된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공제율 축소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 부담이 지나치게 늘지 않도록 내년으로 예정된 소득공제율 축소는 다시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 세수 증가도 불투명

법인세 감세도 사실상 철회됐다. 정부는 법인세 감세를 전면 철회하면서 중간세율 구간으로 ‘과세표준 2억∼500억 원’ 구간을 신설해 20% 세율을 적용하고 과표 500억 원 이상 구간에만 22%의 현행 세율을 매기기로 했다. 현재 ‘2억 원 이하·초과’로 2단계로 나뉜 법인세 과표구간을 3단계로 세분화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2억∼100억 원’ 구간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 안대로라면 상위 400여 기업이, 한나라당 안이 채택되면 상위 1500여 기업이 각각 22%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한나라당 안대로 과세표준 100억 원 이상을 법인세 최고구간으로 정하면 중견기업 상당수도 법인세 감세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된다.

정부는 소득세 감세 철회로 6000억 원, 법인세 중간세율 구간 신설로 2조4000억 원의 세수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복지 확대에 투입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지난해 세수를 바탕으로 한 추정치로 실제 세수 증가는 이보다 적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데다 법인세 감세를 전제로 투자확대를 계획했던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세수증가액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진권 아주대 교수(경제학)는 “법인세율 감세 철회는 전 세계 국가들이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가는 것”이라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포퓰리즘으로 기업들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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