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주의 신한DNA ‘따뜻하게’ 바뀔까… 신한금융 한동우 회장 ‘따뜻한 금융’ 경영화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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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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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이 취임 5개월 만에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 회장은 첫 승부수로 ‘30년 신한맨’으로서의 고민을 담은 ‘따뜻한 금융’을 제시했다. 그는 7일 처음 열리는 그룹경영회의에서 ‘따뜻한 금융’을 최우선 과제로 선언할 예정이다. 한 회장의 비전이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신한금융’의 DNA를 얼마나 온기로 감쌀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야인 시절 통감한 신한의 아킬레스건

한 회장은 1982년 신한은행에 들어와 2009년 신한생명 부회장을 끝으로 퇴직해 ‘야인(野人)’으로 지내던 시절 ‘힘들 때 우산 뺏는 은행’이라는 비난을 주변에서 많이 접했다고 한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당시 한 회장이 ‘신한은 차갑다’는 말을 많이 듣고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다시 조직으로 돌아온 뒤에도 이 같은 고민은 한 회장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한 회장은 취임 이후 임원들과 있는 자리에서 “은행 사훈이 ‘새롭고 알차고 따뜻한 은행’인데 그동안 따뜻함이 부족했다”며 “이는 우리가 크게 성장했지만 ‘신한’ 브랜드의 2%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조직 내부에서는 그의 새 화두에는 부드럽고 조용한 성격도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부드럽고 긴 호흡으로 움직이는 경영자이기에 과거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구상할 수 있었다는 것.

한 회장이 처음 ‘따뜻한 금융’을 얘기했을 때 많은 조직원은 다소 의아해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이 지난해 장학금 제공 같은 사회공헌 활동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1600억 원을 쓸 정도로 사회 기여에 앞장서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 회장은 회사가 수익을 최대한 거두고 그 일부를 사회에 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본업인 금융을 통해 고객을 이롭게 해야 한다고 봤다. 예를 들어 갑자기 상황이 어려워진 고객을 내치지 않고 안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비올 때 먼저 우산 뺏는 금융회사’라는 고객의 인식을 바꾸겠다는 복안이다.

○ 성과주의 30년 ‘신한 DNA’ 바뀔까

한 회장의 승부수가 조직을 이끄는 ‘나침반’이 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한금융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 성과·영업주의로 대표되는 ‘신한 DNA’를 통해 성장해왔다. ‘따뜻한 금융’은 30년 넘게 이어온 임직원들의 사고 및 행동방식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한 신한은행 지점장은 “기존의 성과목표와 경쟁 체제에서는 윗분들의 공허한 외침일 수 있다”고 털어놨다.

조직 내 다른 임원과 주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관건이다. 신한 내 대다수 임원은 ‘신한이 차갑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신한이 잘하는 걸 시기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여긴다. 한 회장 뜻대로 ‘따뜻한 금융’이 이뤄져 당장 회사 이익이 다소 줄어들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소지가 크다. 일본 주주의 영향력이 큰 신한금융의 특성상 일본 주주들이 납득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또 한 회장이 라응찬 전 회장에 비해 카리스마가 다소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따뜻한 금융’이 ‘무모한 도전’으로 끝난다면 자칫 조직 장악력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한 회장은 이를 예상해 7월 초 그룹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미리 자신의 뜻을 전하고 세부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또 그룹경영회의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해 대외적으로 그룹경영회의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각 계열사 사장이나 임원에게 공동 책임을 지운다는 복안이다. 또 따뜻한 금융의 실천내용을 각 CEO의 성과평가에 반영해 조직 내 확산을 독려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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