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선진농협 현장]<1>청과-화훼농협 강자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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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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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도가 돈” 전자식 꽃 경매… 24시간 내 유럽 전역 수출

대학 강의실 같은 ‘알스메이르 경매장’ 지난달 30일 네덜란드 플로라홀란트의 알스메이르 경매장에서 조합 농가들이 생산한 꽃이 경매되고 있는 모습. 바이어들은 모니터를 통해 나오는 꽃 사진과 품질등급 정보를 보고 입찰을 하는데 화면에서는 생산농가와 농장주 이름, 꽃의 국적과 꽃송이의 개수, 크기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알스메이르=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대학 강의실 같은 ‘알스메이르 경매장’ 지난달 30일 네덜란드 플로라홀란트의 알스메이르 경매장에서 조합 농가들이 생산한 꽃이 경매되고 있는 모습. 바이어들은 모니터를 통해 나오는 꽃 사진과 품질등급 정보를 보고 입찰을 하는데 화면에서는 생산농가와 농장주 이름, 꽃의 국적과 꽃송이의 개수, 크기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알스메이르=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창립 50주년을 맞은 농협이 사업구조 개편 작업에 한창이다. 올 3월 국회를 통과한 ‘농협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3월에는 농협의 신용(금융)사업과 경제(유통·판매)사업을 분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농협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함께 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최근 대형 유통업체의 힘이 막강해지면서 농가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에 팔아주기 위해서는 농협의 판매유통 역량이 몇 배로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우리보다 앞서 비슷한 유통환경 변화를 겪은 선진국들은 이미 이러한 농협 개혁 작업을 단행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농협의 개혁 성공을 위해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 덴마크, 프랑스의 사례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

네덜란드는 미국의 뒤를 잇는 세계 2위 수준의 농업수출강국이다. 그중에서도 네덜란드 채소·과일·버섯 농가들의 협동조합인 ‘그리너리(Greenery)’와 화훼 농가들의 협동조합인 ‘플로라홀란트(Flora Holland)’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 유럽 청과시장의 강자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차로 40여 분 떨어진 블레이스베이크 시에는 그리너리의 대형 물류센터가 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찾은 이곳에서는 네덜란드 농가들이 생산한 다양한 작물들이 첨단 자동화기기를 통해 분류·포장돼 대형마트 납품은 물론이고 수출 선적까지 한번에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축구장 크기의 물류센터에서는 네덜란드의 대표 수출작물인 파프리카의 분류, 포장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리너리 직원들이 각 농가가 싣고 온 파프리카를 포장 레일 위에 쏟아 붓자 사람 손처럼 생긴 로봇들이 엄청난 속도로 파프리카를 무게와 색깔에 따라 척척 분류해냈다. 농장에서 갓 딴 파프리카가 슈퍼에 곧바로 내놓을 수 있는 완벽한 형태로 포장되는 데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너리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네덜란드에서 생산되는 청과 물량의 40%가 그리너리를 통해 유통되는데 25%만 내수용이고 나머지 75%는 모두 유럽과 북미, 동아시아 등에 수출된다”고 말했다. 그리너리의 지난해 매출은 18억 유로(약 2조7180억 원) 규모에 달한다.

그리너리의 물류설비와 판매망이 처음부터 이렇게 웅장했던 건 아니다. 그리너리는 1903년 청과 농가들의 경매장 형태로 출발했는데 1990년대 들어 유통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규모를 키웠다. 1996년에는 9개의 청과 경매농협을 합병했고, 별도의 자회사를 세워 농산물 판매를 전문화했다.

○ 세계 최대 화훼농협

30일 오전에는 네덜란드의 또 다른 대표 농협 중 하나인 플로라홀란트의 알스메이르 경매장을 찾았다. 세계에서 제일 큰 화훼농협인 이곳은 꽃들을 갓 딴 것처럼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는 첨단 저온 물류창고를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물류창고의 길이는 무려 1km에 달한다.

경매장 내 창고 곳곳은 플로라홀란트의 조합원인 6000여 꽃 농가가 수확해 보낸 꽃들로 가득 차 있었다. 플로라홀란트 관계자는 “농가들이 꽃을 키워 수확해 보내기만 하면 포장, 경매, 수출 등 모든 작업을 조합이 처리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경매장에서는 꽃 경매가 한창이었다.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의 경매장에서 고성과 수(手)신호가 오가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모든 경매가 ‘전자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바이어들은 대학 강의실 같은 커다란 룸의 책상에 앉아 대형 전광판과 책상 앞 모니터를 통해 경매 물건을 확인하고 ‘마우스 클릭’을 통해 입찰을 진행했다.

플로라홀란트 관계자는 “화훼산업은 꽃의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경매의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곳에서는 꽃에 대한 정보가 모두 자동 전자식으로 처리돼 트럭 한 대 분량의 꽃을 경매하는 데 채 1초가 걸리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실제 플로라홀란트의 물류 속도는 24시간 안에 유럽 전역에 꽃을 보낼 수 있을 정도다. 신속 처리가 가능한 첨단물류시스템 구축이 플로라홀란트의 성공 원인이었다. 플로라홀란트 관계자는 “이곳에서 매일 오전에 경매되는 꽃 물량은 2100만 송이에 달한다”며 “이를 통해 지난해 플로라홀란트는 41억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블레이스베이크·알스메이르=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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