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한화자산운용 초대 CEO 강신우 사장 “강세장 ‘몰빵 투자’ 안한다… 분산투자 원칙 꼭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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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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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투자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습니다. 강세장에서 상승하는 주식에만 집중하면 어김없이 큰 후유증을 낳는다는 교훈 말입니다.”

한화투신운용과 푸르덴셜자산운용이 합병해 9월 19일 새로 출범하는 한화자산운용의 초대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강신우 사장(사진)은 최근 폭락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바이 코리아(Buy Korea) 펀드’, ‘인사이트 펀드’, ‘자문형 랩어카운트’라는 한국 주식시장에 불어닥쳤던 세 차례의 열풍을 때론 주역으로, 때론 경쟁자로 겪어 본 비판적 평가였다. 이 비판은 개인투자자는 물론이고 고객의 자산을 맡아 운용하는 전문가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26일 만난 강 사장은 “많은 운용사나 자문사들이 실적이 나쁠 때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려는 유혹을 받기 쉽다”며 “하지만 늘 바뀌는 시장의 흐름을 매번 쫓아간다는 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의 원칙을 고수하면 운용사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도 인정해 주더라”라고 했다. 그가 지난달까지 최고운용책임자(CIO)로 몸담았던 한국투자운용은 올해 초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위주의 강세장에서 소외됐다. 저평가 주식에 분산 투자한다는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폭락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선방할 수 있었다. 바로 강 사장 자신이 바이 코리아 펀드의 굴곡을 운용자로서 직접 경험한 덕분이다.

그는 “과거 바이 코리아 펀드가 한창 인기 있을 때 외국인투자가들의 방문을 많이 받았고 2007년에는 외국인의 발길이 미래에셋으로 향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주식시장의 특징이 단기수익률이 좋을 때 해당 분야로 쏠림현상이 극심하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는 외국인에게 신기하게 보이는 점”이라고 했다. 강세장에서는 저평가된 주식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는 이론이 고리타분하다고 취급받지만 결국에는 이 이론이 진리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동안 겪은 세 차례의 강세장과 이어지는 폭락장을 통해 위험과 수익률을 적절하게 분산해 장기 투자하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사장은 “한화자산운용을 이끄는 투자원칙은 시장 대비 30% 이상의 고수익을 추구하지 않고 작지만 꾸준한 수익을 얻는 것”이라며 “자산 규모로는 업계 5위이지만 수익성이나 자산의 성격, 대한생명 비중이 높은 고객 포트폴리오의 질을 따져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 다변화와 탄탄한 판매망 및 상품군 확충 등을 우선과제로 뽑았다. 특히 자산운용업이 이미 고성장 단계를 지나 틈새시장을 찾기 힘들지만 성장하기 시작한 연금시장은 아직도 여지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금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되고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것을 장기과제로 삼았다.

강 사장은 “한화자산운용을 원칙을 지키는 메이저 운용사로 정착시켜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는 게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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