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버냉키 “美 경제회복 최대위협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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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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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 주택-실업정책 필요”… 정부-정치권에 공 떠넘겨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사진)이 27일 끝난 연례 경제정책토론회인 잭슨홀 미팅에서 이례적으로 미 정부와 정치권에 강도 높은 주문을 내놓았다. 미국의 경제회생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만으로 이뤄질 수 없으며 건전한 재정정책과 일자리 정책이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버냉키의 입에서 다음 달 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노동절 연설에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경기부양책으로 급속하게 쏠리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27일 잭슨홀 미팅에서 “미국 경제회복의 가장 큰 위협요인은 정부”라고 경고하면서 “경제정책 결정의 수준이 향후 미국의 장기적인 번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견조한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는 경제정책은 대개 중앙은행의 영역 밖에 있다”라며 “실업대책을 최우선에 두고, 단기 성장을 저해하는 조치 대신에 효과적이고 선제적인 주택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했다.

또 그는 건전한 재정상황을 강조하면서 부채한도 증액을 두고 줄다리기를 했던 정치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중앙은행 총재가 정부의 경제정책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통화정책만으로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음을 시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버냉키 의장은 시장이 기대했던 3차 양적완화 조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9월 FRB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여러 대책이 논의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데 그쳤다.

‘책임 있는 연방재정위원회’의 마야 맥기니스 위원장은 이날 발언에 대해 “그의 입에서 그렇게 듣고 싶던 말이 나왔다”라며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비상개입(emergency intervention)”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9일 버냉키 의장의 발언을 두고 경기부양의 책임을 정부와 정치권에 떠넘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발 더 나아가 마땅한 대안을 쓰기 어려운 버냉키 의장의 처지를 “안타까운 일”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시장의 눈은 다음 달 5일 오바마 대통령의 노동절 연설로 모아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들어 의회가 일자리정책과 관련해 획기적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워런 버핏 등 재계 거물에게 고용창출 정책을 자문해왔다.

주택정책과 관련해서는 은행들이 압류한 주택들을 정부가 사들여 민간에게 공급하겠다는 정책 구상도 흘러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을 카드에 대해서 투자가들 사이에서는 ‘지금 필요한 것은 통화정책보다 경제정책’이라는 기대감과 ‘오바마의 정치적 리더십이 굳건하지 않고 재정긴축으로 인해 실제 풀 돈도 많지 않다’는 회의론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버냉키 의장이 예고한 대로 9월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논의되는 대책 가운데 최소한 하나만 채택되더라도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맞물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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