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처리업체 대우엔텍 인수한 LG전자 이영하 사장 “LG전자가 웬 水처리? 정수기 기술 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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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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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 LG전자 사장은 “최근 기후변화와 신흥국들의 부상으로 글로벌 수처리 시장이 무척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첨단 기술을 접목해 차별화된 스마트 워터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LG전자 제공
이영하 LG전자 사장은 “최근 기후변화와 신흥국들의 부상으로 글로벌 수처리 시장이 무척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첨단 기술을 접목해 차별화된 스마트 워터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LG전자 제공
“LG전자가 웬 수(水)처리냐고요? 집에서도 사용하는 LG전자의 정수기 기술을 상수는 물론이고 하수 처리에도 응용하겠다는 거죠.”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전자 집무실에서 만난 이영하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 부문 사장의 표정은 밝았다. LG전자가 수처리업체 대우엔텍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대우엔텍 인수전에서 약 600억 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처리 사업은 전기자동차에 이어 LG가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신사업 분야 가운데 하나다.

이 사장은 “하수처리장을 관리 운영하는 대우엔텍을 인수함으로써 수처리 사업에 뛰어든 지 1년 만에 상수도에서 하수도까지 종합 솔루션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 “수처리의 ‘처음과 끝’ 갖췄다”


이 사장이 말하는 수처리의 ‘처음’은 계곡의 물이 댐을 지나는 순간 시작된다. 물을 깨끗하게 거르는 시설인 수처리장을 설계하고 짓는 것과 수처리장에 들어가는 장비를 만드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 9월 본격적으로 수처리 사업에 뛰어든 후 ‘처음’ 부분의 기술을 착실하게 다져왔다. 이 사장은 “물을 걸러주는 얇은 필터인 ‘멤브레인’을 만드는 핵심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수처리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수도용은 LG전자 RMC사업부에서, 상수도용은 계열사인 LG하우시스가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 이 사장은 “경남 창원시에 멤브레인 양산을 위한 공장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수처리장을 설계하고 만드는 일은 일본 히타치플랜트테크놀로지와 협력하기로 했다. 두 회사의 합작사인 ‘LG-히타치 워터 솔루션 주식회사’가 10월 출범할 예정이다.

문제는 수처리의 ‘끝’ 부분이었다. 수처리장을 설계하는 게 ‘처음’이라면 이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영역이 ‘끝’에 속한다. 게다가 자체 수처리장이 없으면 장비 개발을 위해 테스트할 곳을 찾아 헤매야 한다. 그래서 LG전자는 수처리장을 보유한 대우엔텍 인수가 절실했다. 대우엔텍은 국내 하수처리 시장에서 코오롱과 TSK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회사다.

이 사장은 “처음과 끝을 갖췄으니 올해 350억 원가량인 매출이 내년에는 100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물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 치열

물을 걸러주고 관리하는 수처리 시장은 늘 있었던 것 같은데 최근 주요 기업들이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이 사장은 ‘신흥시장의 부상’과 ‘기후변화’를 이유로 꼽았다.

그는 “미국 같은 선진국에선 수돗물을 식수로 마실 수 있지만 중남미나 아프리카 지역은 수처리 인프라가 부족해 뛰어들 여지가 있다”며 “특히 기후변화로 비가 너무 많이 오는 지역이 있는 반면 어떤 지역은 가뭄에 시달리는데 그럴수록 물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처리 시장은 세계적으로 약 460조 원에 이른다. 냉장고 세탁기 등 이 사장이 원래 맡고 있는 생활가전의 글로벌 시장은 200조 원 안팎이다.

뜨는 시장에선 경쟁이 치열하기 마련이다. 이미 지멘스와 GE가 압도적인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베올리아와 수에즈 등 프랑스 회사들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수처리 분야는 나라마다 정부와 연계돼 있어 신생 회사가 프로젝트를 따내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사장은 “우선 LG 계열사의 산업용 수처리를 맡아 하면서 노하우를 쌓은 뒤 LG의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신흥시장 프로젝트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재 영입에도 열심이다. 프랑스 베올리아워터솔루션&테크놀로지 한국법인의 문태식 부사장을 수처리 사업 총괄 전무로 ‘모셔’ 오기도 했다.

이 사장은 “수처리에 정보기술(IT)과 스마트그리드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LG만의 차별화된 스마트 워터시스템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5∼10년 안에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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