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대출’만 따로 떼내 관리… 전세금 대출 등과 분리 가계부채 부실화 차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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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고위관계자 밝혀

금융감독원이 가계가 안고 있는 빚 826조 원 가운데 전세자금이나 담보가 확실한 대출을 뺀 ‘위험자산’을 추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의 전체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이르는 점 때문에 외국인이 한국을 불안하게 보지만 정말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는 대출만 따로 떼어 집중 관리하면 이런 우려를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25일 “최근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가계부채가 통제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며 “한국의 가계부채에는 외국에 없는 전세자금이 섞여 있는 점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전세금은 세입자가 보증금으로 집주인에게 일정 기간 맡긴 뒤 고스란히 돌려받는 안전자산이어서 부실 가능성이 매우 낮은데도 가계부채에 포함돼 한국 경제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명칭이 전세자금 대출인 여신 규모와 일반대출 중 전세금으로 사용된 여신 규모를 합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사철이 다가옴에 따라 개인들이 전세자금 대출 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형태로 받은 자금을 전세금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본 것이다.

아직 전체 규모를 추산하기 힘든 단계지만 지난달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전세자금 대출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한 주요 원인이 전세금 마련 목적의 대출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지난달 말 기준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과 농협의 전세자금 대출액은 3조4000억 원으로 6월 말보다 2600억 원(8.3%) 늘었다. 금융당국이 잠정적인 월별 대출증가율 한도로 제시한 0.6%보다 14배 가까이 높은 수준의 증가 폭이다. 금감원은 “전세자금처럼 안전한 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앞으로 대출과 관련한 은행 창구지도를 할 때도 이런 점을 감안해 사용목적에 따라 대출심사를 탄력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권혁세 금감원장은 23일 홍콩에서 주관한 ‘글로벌 금융회사 아시아태평양 최고경영자와의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를 금리를 올려 해결하지 않고 창구지도로 풀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권 원장은 “금리를 올리면 서민을 포함한 모든 경제 주체가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며 “실수요와 가수요를 가려 대출하기 위해선 창구지도가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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