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찌를 마천루프로젝트 다시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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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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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 이상 초고층… 10곳 넘게 진행 중 경기침체 답보 탈피
용산-서울숲 등 활기… 건설사 전문팀 강화

1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의 한 회의실에 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 13개 대형건설사의 영업·개발 담당자 40여 명이 들어찼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100층(485m)짜리 랜드마크빌딩의 시공사 선정을 위한 사업설명회가 열린 자리였다. 이들은 시공사 선정 평가방식을 꼼꼼히 질문하며 수주 전략을 짜느라 분주했다. 한 건설사 담당자는 “워낙 덩치가 큰 공사라 고려할 게 많지만 이런 월척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답보 상태에 놓였던 국내 초고층 개발사업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사업 정상화 방안이 속속 마련되면서 안갯속을 헤매던 서울 용산, 서울숲 일대 100층 이상 초고층 개발 프로젝트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 건설사들은 커가는 초고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꾸리고 전문 인력을 영입하며 초고층 사업을 핵심 역점사업으로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초고층 빌딩 건설 본격화

용산 랜드마크빌딩은 공사비만 1조4000억 원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 자금난으로 앞날이 불투명했던 30조 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지난달 정상화 대책 마련으로 탄력을 받았고, 정상화의 첫 조치로 랜드마크빌딩 개발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성동구 한강 뚝섬의 삼표레미콘 공장 터에 추진 중인 110층(540m)짜리 ‘서울숲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최근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확정하고 이르면 연말 착공한다. 자금조달 문제에 인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서울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의 ‘서울라이트타워’(133층·640m)와 인천 송도국제도시 ‘인천타워’(151층·587m)는 층수를 70층대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 “560조 원 초고층 시장 잡아라”

초고층 건축시장은 세계적으로 2015년까지 약 560조 원 규모의 발주가 쏟아질 거대 시장이다. 국내도 10개 이상의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건설 초고층연구팀 황규석 과장은 “중국 인도 동남아 초고층 프로젝트를 비롯해 국내 한강변 고층 재개발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초고층을 핵심사업으로 키우고 있다”며 “초고층 사업은 최첨단 기술이 많아 앞으로 다양한 건설시장에 적용할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층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162층·828m), 대만 ‘타이베이101빌딩’(101층·509m) 등을 지은 삼성건설은 올 들어 초고층팀을 초고층본부로 격상했다.

대우건설은 초고층 건물 시공의 안정성과 정확성을 예측하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초고층복합빌딩사업단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자체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123층(555m) 높이의 ‘롯데수퍼타워’를 짓고 있는 롯데건설은 3일에 한 개 층을 올리고, 500m 높이로 콘크리트를 쏘아 올리는 기술을 자체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신성우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도시가 수평으로 팽창하던 데서 벗어나 도시 자체를 집적화해 고밀도 수직 개발로 옮겨가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초고층 개발은 획일적인 도시 스카이라인을 입체적으로 바꿔주고 환경, 에너지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 설계 등 핵심 기술력 확보 시급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프로젝트도 여전히 많다. 또 국내 초고층 시공 기술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지만 설계, 디자인 등 핵심 분야는 여전히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다.

김상대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대만의 ‘타이베이101’도 대만 건축가가 설계해 대만의 상징이 됐다”며 “한국도 설계 용역을 줄 때 국내 업체를 동참시켜 경쟁하는 구조를 도입해 자체 기술력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기존 건축법이 아닌 초고층특별법 등을 만들어 안전, 재난 등을 평가하고 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초고층 인허가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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