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를 정가로만 판다고? 그말 누가 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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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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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판매량이 늘면서 각 수입차 브랜드들의 할인판매 경쟁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수입차 전시장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 이다은 인턴기자 연세대 독어독문학과 4학년
수입차 판매량이 늘면서 각 수입차 브랜드들의 할인판매 경쟁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수입차 전시장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 이다은 인턴기자 연세대 독어독문학과 4학년
분명 정가(定價)가 있지만 그 돈을 다 내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판매가에서 조금은 더 할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제품, 바로 자동차다.

오래전부터 관례적으로 할인을 해주곤 했던 자동차 회사들이 “이제는 정해진 판매 가격대로 팔겠다”고 선언했지만 동아일보 취재진이 직접 둘러본 서울시내 국산 및 수입차 전시장 20곳에서는 여전히 가격 할인이 진행되고 있었다. 영업사원들은 “정가에서 조금 빼드리겠다”고 조용히 권유했다.

○“통장 몇 개 거쳐 (할인금) 드릴게요”

정가판매제에 가장 앞장섰던 곳은 현대자동차다. 올해 3월 정가판매제를 도입하고 대대적인 운동을 벌인 현대차는 내부감사를 통해 이를 위반한 영업사원들을 징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할인이 존재했다.

서울 강남지역의 한 현대차 대리점을 찾아 ‘아반떼’ 구입 가격을 물으며 “깎아줄 수 없겠느냐”고 얘기했다. 직원은 “이제 정가제이기 때문에 할인은 없다”라면서도 곧바로 “이건 비밀인데…”라고 운을 뗐다. 그는 “(할인해 주는 것) 두 번 걸리면 퇴사당하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30만 원까지는 내 돈으로 돌려드릴 수 있다”며 “회사에서 통장까지 검사하지만 통장 몇 개를 거쳐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이 ‘제 돈으로 돌려드리겠다’는 것은 차량 판매로 얻는 인센티브의 일부를 떼어 고객에게 주겠다는 뜻이다.

회사 설립 단계부터 전국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가격에 자동차를 판매하는 ‘원 프라이스’ 정책을 고수해온 르노삼성자동차도 이 같은 방식으로 영업하는 사원들이 종종 적발돼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서울 강북지역의 한 현대차 전시장 직원은 “‘현금으로 하면 얼마나 할인해 주느냐’, ‘내가 아는 사람은 할인받았다는데 나는 왜 안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고객이 많다”며 “오랜 기간 이어진 잘못된 관행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비인기 모델 할인

국산차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수입차도 가격 할인 관행은 있었다. 수입차 브랜드들 사이에 물량 경쟁이 촉발되면서 경쟁적으로 할인에 나서 특히 단종(斷種)을 앞둔 모델이나 비인기 모델의 할인율이 높았다.

BMW의 ‘3 시리즈’는 수입차 가운데 가장 가격 할인율이 높은 모델이다. 내년에 새로운 모델이 나오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지역의 한 BMW 전시장 관계자는 “특별 프로모션으로 옵션에 관계없이 600만 원가량 할인해주고 있다”며 “프로모션은 앞으로도 당분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BMW 320d 모델은 정식 판매 가격이 4330만 원이니 14%가량을 깎아주는 셈이다. 여기에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200만∼250만 원의 추가 할인이 가능하다. 이 밖에 렉서스 ‘ES350’, 폴크스바겐 ‘CC’ 역시 300만∼400만 원 할인해 팔고 있었다. 그러나 폴크스바겐 ‘골프’, 닛산 ‘큐브’ 등 인기 모델은 하나같이 “할인은 없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수입차 전시장 관계자는 “상반기(1∼6월) 수입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브랜드별로 판매량 경쟁이 치열하다”며 “비인기 모델을 중심으로 영업 마진을 줄이더라도 일단 물량을 밀어내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한윤창 인턴기자 한양대 법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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