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검은 금요일’]국내 증시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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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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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900까지 떨어질것” 전망 우세“심리적 충격 사라지면 반등” 낙관론도

“주말에 반성문을 쓰겠다.”(연말 코스피를 최대 2,550으로 예상했던 양기인 신한금융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지금 주식을 사라는 건 떨어지는 칼날을 잡으라는 것과 같다.”(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대폭락으로 ‘검은 금요일’로 불린 5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한마디로 공황 상태였다. 개인투자자들은 ‘묻지마 매도’에 나섰고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팀에는 격앙된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호기롭게 “길게 보면 대세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던 분위기가 “호재를 찾아보기 힘들다”로 바뀌었다. 불과 일주일 새 벌어진 일이다.

나흘째 129조 원이 증발한 증시를 두고 “하락 폭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포에 짓눌려 주식을 마구 팔 때가 되레 투자 시점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당분간 코스피의 저점이 1,900일 것이라는 데 시장의 의견이 모아진 가운데 이후 전망은 낙관과 비관으로 엇갈리고 있다.

○ 떨어지는 칼날 vs 투매 시점이 투자 시점

이종우 센터장은 올 5월 기자간담회에서 “3분기에 1,900까지 코스피가 하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응은 싸늘했다. 일부에선 ‘고장 난 시계 같은 사람’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그는 “4월부터 선진국 경기가 나빴고, 한국 기업의 실적도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데, 풍부한 시중 자금이 증시를 떠받쳐 2,200까지 코스피를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나빠지면 1,950까지는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제 1,900까지 저점을 내렸다”고 밝혔다. 당분간 뚜렷한 반전 계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을 어둡게 보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투매할 때가 투자 적기라는 공격적인 시각도 있다. 투자자들이 두려움 탓에 과도하게 주식을 내다팔고 있는 것이지 한국 기업의 실적이나 경쟁력 자체는 양호하다는 주장이다. 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매를 거쳐 과도하게 내릴 때 바닥에 이른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8월 중순 이후 미국의 주요 경기지표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미국 경기가 아주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고 했다. 기업 실적이 주가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9배 남짓인 점을 들어 종합지수가 1,950 선 안팎에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다음 주라도 반등한다 vs 모멘텀 기다려라

이준재 센터장은 투자 시점을 묻는 질문에 “다음 주”라고 말했다. 심리적 요인에 의해 과도하게 폭락한 만큼 바로 다음 주에 주가가 반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재정위기의 확산에 대해서도 “너무 위험해서 오히려 안전하다”는 역설적 주장도 나온다. 박희운 센터장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재정위기는 그리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하다”면서도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선진국들이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폭락은 국내 요인이 아니라 외부 요인에 따른 결과라는 점에서 외부의 주가 반등 계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윤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폭락장세를 초래한 악재들 가운데 한두 가지라도 국외에서 해결될 조짐이 보여야 주가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향후 변수는? 미국 vs 유럽-중국

상당수 센터장들은 향후 주가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미국의 경기회복을 꼽았다. 반등을 하더라도 미국에서 먼저 좋은 신호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희운 센터장은 “7월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9% 상승했다”며 “소비나 고용 등에서 이와 비슷한 지표가 나온다면 글로벌 증시가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석원 센터장과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변수를 강조했다. 이들은 “다음 달까지 중국 물가가 안정을 보이고 있다는 지표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한편 윤석 센터장은 “현재의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정책공조가 빨리 나오면 시장이 이른 시기에 안정을 찾아갈 수 있다”며 “증시가 진정된 초기에는 내수주에 먼저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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