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방통위-통신사 거꾸로 돌아가는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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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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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산업부 기자
김상훈 산업부 기자
“KT가 막대한 돈을 들여 통신망을 만들었는데, 이 통신망에 부담을 주면서 사업을 한다면 마땅히 비용을 내야 합니다.”

이석채 KT 회장은 14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인터넷 기업들을 이렇게 비난했다. 함께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무제한데이터 요금제에 대해 통신사가 빠질 명분을 (방통위가) 달라”고 요청했다.

2009년 말 애플의 ‘아이폰’이 상륙하면서 한국은 최근 ‘스마트폰 가입자 1500만 시대’로 접어들었다. 상전벽해가 일어났다. 하지만 이날 시계는 비싼 통신요금을 내고 후진적 서비스를 쓰던 2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KT 이 회장은 통신망을 오가는 어떤 서비스와 콘텐츠도 통제하지 말라는 ‘망 중립성’ 원칙에 역행했다. 이 회장의 논리로는 ‘유튜브’ 같은 서비스가 나오는 건 꿈도 못 꾼다. LG유플러스 이 부회장의 얘기는 결국 통신요금을 올리자는 꼴이다.

미국의 통신사들도 이들과 비슷한 주장을 한다. 하지만 그곳에선 유튜브가 성공한다. 통신요금도 계속 내려간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경쟁 환경을 잘 가꿔준 덕분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팔겠다고 하자 미국 통신사들은 “통신망에 부담을 주니 아이폰을 팔지 않겠다”고 했다. 구글에도 “유튜브가 쓰는 통신망 비용을 부담하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애플과 구글은 FCC가 도입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제도와 주파수 경매제를 이용해 직접 통신사를 세우겠다고 맞서 결국 통신사들과 타협했다.

방통위는 7월 MVNO를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본격적인 서비스는 내년 이후로 미뤄졌다. 주파수 경매도 도입됐지만 방통위는 참여사업자를 좌지우지하며 사실상 경매를 불발시켰다. 방통위의 시계는 지금 어디에 가 있는지 착잡하다.

김상훈 산업부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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