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1년만에 ‘실적 입증’?… 어윤대 회장 섣부른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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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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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경제부 기자
장윤정 경제부 기자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5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지난해 이맘때 취임하기 전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가 없던 일로 하면서 자세를 낮췄던 어 회장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어 회장은 1년에 걸친 KB금융의 체질 개선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며 실적을 조목조목 내세웠다. 그는 “취임 당시 나를 두고 이야기가 많았지만 1년간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다행히 KB 구성원들이 잘 협조해줘 이제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영성과를 강조했다. 실제로 그동안 3244명의 대규모 희망퇴직을 마무리해 경영효율성 지표인 영업이익경비율(CIR)이 작년 말 58.1%에서 올해 3월 말 38.1%로 획기적으로 개선됐으며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도 758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3% 늘었다.

실적 자랑은 어느덧 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낙하산 인사’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는 “은행과 보험 증권 등 각종 금융회사 사외이사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등 해보지 않은 일이 없고 누구보다 역량이 낫다고 생각해왔는데 취임 이후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이니 ‘천황’이니 하면서 많은 비난을 들었다”고 말했다. “못난 고려대를 나와서 이런(낙하산) 문제가 생겼던 것 같다”라는 말도 했다.

또 그는 “(리더는) 얼마나 도덕성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조직을 살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리더의 덕목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의 자신감은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하다 좌절을 겪은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옹호론으로까지 번졌다. 강 회장이 정권의 실세라며 비판을 많이 받지만 리더십을 자꾸 정치적 배경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편견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강만수 회장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지만 향후 세계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클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1년을 맞아 ‘실적으로 입증하고 있으니 낙하산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어 회장. KB금융 안팎에서는 어 회장이 성장을 이끌기는 했지만 자회사 영업 등에 너무 깊이 관여하면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적’을 이야기하기에는 1년이란 시간이 짧다는 지적도 있다. 어 회장의 자신감은 조직은 크고 효율성은 떨어 진다던 KB금융의 체질이 완전히 바뀔 때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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