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박근희 사장 현장 달구는 ‘설계사 스킨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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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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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6개월새 지점 300곳 방문… 계약액 1년 전보다 20% 늘어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오른쪽)이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에서 열린 ‘우리
들의 이야기’ 출간기념회에서 이상윤 설계사(76), 이 설계사의 손자인 황요섭 설계사 (29)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생명 제공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오른쪽)이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에서 열린 ‘우리 들의 이야기’ 출간기념회에서 이상윤 설계사(76), 이 설계사의 손자인 황요섭 설계사 (29)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생명 제공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삼성생명 박근희 사장이 올 3월 영남지역의 한 지점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박 사장이 인사말과 격려사를 마친 뒤 악수를 건네고 있는데, 한 보험설계사가 즉석에서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출산을 하고 오면 (수수료 지급의 기준이 되는)급호 산정에 불이익을 받는 문제가 있어요. 지난 6개월간의 영업실적 평균으로 급호를 산정하는데 출산 기간에 영업실적이 있을 수가 없잖아요.” 예상하지 못한 ‘돌발 건의’였지만 박 사장의 피드백은 빨랐다. 해당 설계사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그는 그 자리에서 “저출산 시대에 출산은 축하해줄 일인데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며 즉각 개선을 지시했다. 삼성생명에서는 7월부터 설계사들의 급호 산정 시 출산기간을 제외하게끔 규정을 수정했다.

“고객과 접하는 곳이 현장입니다. 현장과 영업을 중시하지 않으면 회사 존립이 문제가 됩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6월 기자간담회에서도 박 사장이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영업현장과 현장을 책임지는 설계사였다. 은퇴 시장과 부유층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영업채널이 중요한 만큼 역량이 강화된 설계사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 박 사장은 “2015년까지 고능률 설계사(FC)를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만 명으로 늘려 전체 설계사 규모를 현재 2만6000명에서 3만 명 수준으로 늘려 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 장사’라고 할 수 있는 보험업계에서 설계사 조직이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이고, 설계사 역량 강화를 목표로 내세운 최고경영자(CEO)가 이전에도 많았던 탓에 그의 각오는 특별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취임 6개월이 넘도록 박 사장의 ‘설계사 스킨십’이 계속 이어지자 보험업계의 눈길이 서서히 그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현장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삼성생명의 영업력이 눈에 띄게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올 1∼3월 신계약 월납 초회보험료는 1월 272억 원, 2월 229억 원, 3월 279억 원 등으로 지난해 월평균 230억 원에 비해 20% 정도 증가했다.

지금도 박 사장은 공식 행사 외에도 1주일에 1회 이상 전국에 있는 지점을 방문하며 설계사들을 만나고 있다. 6개월 만에 전국 800여 개 지점 중 300개 지점을 방문했을 정도다. 올 4월에 개최한 연도상 시상식에서는 회사에 장기 근속한 설계사에 대해 특별 공로상을 신설해 400개월(33년 4개월) 이상 근속한 설계사 6명에게 기념패와 격려금을 전달했다. 5월 4일 54회 창립기념식에서도 설계사 100명을 본사로 초청했다. 창립기념식에는 임직원만 참여했었으며, 설계사가 초청받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본사에서 열린, 보험설계사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수기집 ‘우리들의 이야기’ 출간회도 그의 아이디어로 마련됐다. 장기 근속한 설계사들의 열정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할 수 있게끔 수기집을 내보자는 박 사장의 지시로 제작된 ‘우리들의 이야기’에는 20년 이상 보험영업을 해온 설계사 29명과 부부, 모자, 조손 설계사 등 총 40명의 삶과 영업활동이 담겼다. 박 사장은 이날 출간회 축사에서 “설계사는 보험의 본질인 사랑을 전달하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 직업”이라며 “보험에 대한 사명감 하나로 수많은 난관을 이겨낸 분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영업 호조에 힘입어 올 3월 말 현재 146조 원인 총자산이 2015년 3월 말(2014회계연도)에는 200조 원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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