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벽식 고층 아파트 발파해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0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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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9시 인천 서구 가정동 가정오거리. 300여명의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면서 15층 높이의 건물 한 동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인천시가 구도심 재생사업 대상지로 가정오거리 일대를 지정하면서 지어진 지 16년 만에 철거될 상아아파트였다.

10시가 가까워지자 건물 주변에는 개미 한 마리도 접근하지 못하게 통제됐다. 이윽고 10시 정각을 알리는 소리가 울리면서 녹색 그물망이 쳐져 있던 아파트는 그리 크지 않은 중저음의 '쿵' 소리와 함께 한쪽으로 기울더니 순식간에 주저앉았다. 146가구가 생활하던 건물이 흰 먼지 구름과 함께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6초 남짓.

건물의 무게를 벽으로 지탱하는 구조인 벽식 고층 건축물 철거에 세계 최초로 화약을 이용해 철거하는 '발파해체공법'이 적용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발파해체공법은 건물의 무게를 기둥-보-슬라브로 지탱하는 '라멘식' 구조물 철거에만 주로 이용됐다. 국내에서도 1994년 남산외인아파트(16~17층), 여의도 라이프빌딩(17층) 등이 발파해체됐는데, 두 건물 모두 라멘식 구조물이었다.

이날 사용된 발파해체공법은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건교평)의 주도 아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화약제조 전문기업인 ㈜한화, 발파해체 전문회사인 '코리아카코' 등이 참여해 개발했다. 투입된 화약은 60kg 정도로 모두 한화가 제조했다. 화약은 아파트 건물전체에 뚫은 2500개 구멍을 통해 설치됐고, 연결용 뇌관으로 연결됐다. 구멍은 1000분의 20초 단위로 순차적으로 터졌고, 건물은 아래 부분이 주저앉으며 계획대로 정확히 10도 정도 기울어진 채 무너졌다.

연구를 이끈 김효진 건교평 친환경첨단해체연구단장(LH 토지주택연구원 녹색성장연구실장)은 "2006년부터 시작한 연구 결과가 드디어 성과를 냈다"며 "이번 성공으로 국내 발파해체공사 기술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뿌듯해했다. 건물을 폭약으로 해체하면서 주변에 미치는 충격이나 먼지 등으로 인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최첨단의 구조역학 기술이 필요한데 이를 확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성공으로 앞으로 커져갈 국내 발파해체공사 시장에서 국내업체들이 선점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올해 국내 발파해체공사 시장은 5000억 원 규모에 불과하지만 2025년경에는 약 12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1980년대 중반 이후 지어진 10층 이상 아파트는 모두 벽식 구조로 지어져 있어, 이런 아파트들이 재건축이나 재개발될 시점이 되면 천문학적 규모로 시장 수요가 발생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추정치다. 해외시장 진출도 가능하다. 김 사업단장은 "한국처럼 고층 아파트를 많이 짓는 홍콩, 싱가포르 등지가 우선 공략대상이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인천=이건혁기자 reali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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