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vs 조선사… ‘3수생’ 하이닉스 누구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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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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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현금자산만 1조5000억원… 자금능력 앞서
STX 계열사 지분매각 등 통해 무차입 인수 추진

STX에 이어 SK텔레콤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두 회사는 8일 하이닉스 채권단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STX와 SK텔레콤은 하이닉스를 실사한 뒤 다음 달 본입찰 여부를 결정한다.

이로써 주인을 찾지 못해 두 번이나 매각에 실패한 ‘삼수생’ 하이닉스를 두고 반도체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통신사와 조선사가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 왜?

STX는 6일 밤 공식적으로 인수의향을 밝혔지만 SK텔레콤은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일에야 인수 의도를 밝혔다.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인수 목적으로 ‘통신과 반도체의 시너지’와 ‘사업 다각화’를 들었다. 통신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고,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반도체 사업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통신과 반도체 간 시너지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향후 새로운 통신서비스를 최적화된 상태로 제공하려면 시스템반도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올 초 국내 모바일반도체 전문업체 엠텍비전과 함께 중국에 합작사 SK엠텍을 설립했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시스템반도체와 거리가 먼 메모리반도체 회사다. 비(非)메모리 분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 당장은 없는 상태다. 최윤미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이 플랫폼 사업을 차기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해본 경험이 없는 반도체기업을 인수하면 회사의 역량이 분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K텔레콤이 이 같은 우려를 잘 알면서도 하이닉스 인수를 꾀하는 것은 결국 SK그룹이 수출 비중이 95%에 이르는 하이닉스를 통해 내수 위주의 계열사를 다각화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탄’을 충분히 보유한 SK텔레콤이 그룹 차원의 인수합병(M&A)을 주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앞서 STX의 이종철 부회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선·해양 분야 매출이 그룹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비중을 낮추고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 누가 새 주인 될까

하이닉스와 채권단은 두 번의 불발 끝에 매각 작업이 활기를 찾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주식관리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수차례의 매각실패 끝에 맞은 이번 기회를 잘 살려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주식관리협의회는 국가 핵심 산업에 대한 M&A인 점을 감안해 매각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며 ‘승자의 저주’를 방지하기 위해 자금조달 능력을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조5000억∼3조 원으로 추산되는 하이닉스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해서는 SK텔레콤이 한발 앞선 상황이다. 현재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이 1조5000억 원에 이르는 데다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영업활동 후 회사에 남는 현금)이 1조4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100% 무차입 인수를 선언한 STX는 중동 국부펀드와 각각 50%의 비율로 자금을 마련할 계획으로 보인다. 우선 STX는 계열사의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한편 미상장된 계열사들의 기업공개(IPO)를 서두를 계획이다. 당장 STX다롄과 STX에너지가 그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관리협의회는 공동매각자문사 5개사와 법률자문사, 회계자문사가 참여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2곳에 대한 입찰 참여 적격성 여부를 검증하고, 8월 말 본입찰을 실시한 후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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