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현대차 제네시스 美시장 진출 성공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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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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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가격 고급차” 美고소득층에 ‘콕’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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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제네시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만큼 공간이 넓지만 가격은 C클래스다.”

“BMW 7시리즈보다 넓지만 가격은 3시리즈다.”

2008년 초 미국 전역에 방송된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 경기의 TV 중계시간에 낯선 고급 승용차 브랜드 광고가 등장했다. 유럽의 명차인 벤츠와 BMW를 거론하며 성능과 가격을 동시에 강조하는 공격적인 광고였다. 이 광고의 주인공은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첫선을 보인 고급 세단 제네시스였다.

현대차는 4년여간 500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만든 후륜구동 고급 승용차인 제네시스를 2008년 1월 국내외에서 동시에 선보였다. 그해 10월 미국 USA투데이는 “현대차가 제네시스로 럭셔리 메이커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내렸다. 제네시스는 2009년 북미시장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고급차 시장에 안착했다.

미국시장에서 소형차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던 현대차의 고급차 출시는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다. 현대차는 어떻게 세계 유수의 고급차 브랜드들과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브랜드 자산을 구축했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85호(2011년 7월 15일자)는 제네시스의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브랜드 및 마케팅 전략을 심층 분석했다.

○ 현대차의 새로운 도전


국내 수입차 시장은 2002년 이후 연평균 26.1% 성장하고 있었다. 수입차 구매 의향은 2002년 7.8%에서 2006년 12.5%까지 늘었다. 유럽연합(EU) 및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 수입 차량에 대한 관세까지 인하되면 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됐다. 북미 시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감지됐다. 미국 고급 차 시장은 연평균 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40, 50대의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준고급 승용차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됐다. 크라이슬러나 폴크스바겐처럼 제조사의 브랜드 경쟁력은 있지만 명실상부한 고급차 브랜드를 확보하지 못한 회사들이 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컸다. 김상대 현대차 마케팅 전략팀 부장은 “국내외 시장의 변화를 고려할 때 고급차 시장 진출의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징검다리 브랜드로 교두보 확보

현대차는 새로 내놓을 고급차의 브랜드 전략을 고심했다. ‘현대 쏘나타’처럼 기존 제조업체 브랜드의 이름 아래 브랜드를 내놓는 콤비네이션 브랜드 전략은 초기 투자비가 독자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기존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기 쉽지 않은 데다 향후 독자적인 고급 브랜드를 선보일 때 내부 브랜드 간 간섭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현대차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미국 시장에서 독자적인 고급 브랜드를 내놓는 전략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내렸다. 초기 투자비용이 큰 고급차 시장에 무리하게 진출하기보다는 현대차의 브랜드 위상이 고급 승용차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단독 브랜드 상품을 내놓자는 현실적인 전략을 채택했다. 단독 브랜드 진출을 위한 교두보 성격의 ‘징검다리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 ‘4만 달러 이하 8기통 후륜구동 고급차’로 승부


현대차는 새로운 고급차 브랜드의 상품 콘셉트를 ‘국내외 고급차와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한 후륜 구동 고급차’로 결정했다. 차명은 새로운 도전을 의미하는 ‘제네시스’로 정했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위상을 끌어올리는 시장 진입 계획도 세웠다. 제네시스 엠블럼을 사용하지 않고 ‘현대 제네시스’로 판매를 시작했다. 새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도전적인 소비 성향을 가진 잠재 고객층을 목표로 삼았다. 이들은 대졸 이상의 학력과 함께 기혼 40, 50대의 남성이 주류를 차지하며 연평균 10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가진 계층이다.

제네시스가 시장에 진입하던 2008년 초는 경기 침체 및 고유가에 따른 고급차의 수요 감소가 예상됐다. 현대차는 시장 환경, 내부 역량, 브랜드 인지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국 시장에서 진입 장벽이 높은 고급차 시장을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불황기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 ‘준고급차(Near luxury car)’로 포지셔닝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이 시장은 BMW 3시리즈, 렉서스ES와 같은 단독 고급 브랜드와 크라이슬러 300과 같은 콤비네이션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었다.

○ 성능·가격 갖춘 ‘모던 프리미엄’ 전략 주효


현대차의 전략은 기대 이상의 성과로 이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로 가격 대비 가치를 중시하는 미국 고소득층의 소비 성향이 강해졌다. 합리적인 가격에 고급차의 성능을 갖춘 제네시스가 돋보이기 시작했다.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을 동시에 강조하는 제네시스의 ‘모던 프리미엄’ 전략이 불황기 미국 고소득층 소비자들의 심리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현대차는 시장 진입 초기 제네시스의 목표 고객을 ‘준고급차 시장의 10만 달러 이상 소득계층’으로 설정했는데, 실제 구매 고객들은 이보다 한 단계 위인 ‘중급 고급차(Mid-Luxury Car)를 구매하는 15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 계층’으로 조사됐다. 중급 고급차 시장에서 경쟁사의 차량들은 2009년 상반기에 전년 하반기보다 판매가 약 24.3% 감소한 반면 제네시스는 같은 기간 16.6% 판매가 늘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와 위상을 높이고 고급 소비자층으로 고객층을 넓히는 긍정적인 성과를 얻었다. 향후 단독 브랜드의 고급차 시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도 확보했다. 현대차가 고급차 브랜드로 질적인 도약을 하려면 내부 브랜드를 잠식하는 ‘자기잠식효과’를 피하고 부족한 고급 브랜드 이미지와 유통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종호 고려대 경영대 교수 jongholee@korea.ac.kr@@@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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