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운명의 3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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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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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85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동시에 경영진단을 실시해 9월 하순까지 옥석을 가린다. 경영진단 결과 정상 저축은행에는 자본 확충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회생 가능성이 없으면 퇴출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구조조정’보다는 ‘연착륙’에 방점이 찍혀 있어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저축은행 경영건전화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5일부터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회계법인의 인력 340여 명을 동원해 20개 경영진단반을 꾸려 저축은행에 대한 동시 정밀진단에 착수하기로 했다. 대상은 98개 저축은행 가운데 상반기에 이미 검사를 받은 곳 등을 뺀 85곳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5%’, ‘3%’, ‘1%’ 기준에 따라 저축은행의 운명이 갈리게 된다. 경영진단 결과 BIS 비율 5%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저축은행에 대해선 금융안정기금을 조성해 자본 확충을 지원할 방침이다. 저축은행이 발행한 상환우선주를 금융안정기금을 통해 매입하는 방식이다.

금융안정기금은 금융위기 시 정부가 금융기관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공적자금이다. 2009년 설치 근거가 마련된 이후 정상적인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주현 금융위 사무처장은 “정부 보증이 없는 채권을 발행해 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라 국민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지원을 받는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대주주의 증자 유도, 배당 제한, 임직원의 급여 제한, 서민금융 확대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요구할 계획이다.

경영진단 결과 BIS비율 3∼5%인 저축은행은 6개월 이내에, 1∼3%인 저축은행은 1년 이내에 경영개선계획을 수립해 자구노력을 이행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1% 미만에 대해서는 저축은행이 제출한 경영정상화계획이 흡족하면 3개월간 적기 시정조치를 유예하고, 부채가 자산보다 많으면서 경영정상화계획도 미비하면 영업 정지된다. 김 처장은 “영업정지 대상은 한정적일 것”이라며 “1, 2개가 논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강력한 구조조정보다는 예금자의 불안을 줄이고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연착륙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 시장불안 줄지만 구조조정 지연 우려 ▼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 및 후속조치 결과가 발표되는 9월 하순까지는 과도한 예금인출에 의한 유동성 부족을 제외하고는 부실을 이유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조치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축은행과 예금자들로서는 3개월가량 시간을 번 셈이다.

막연한 불안감에 5000만 원 이하 예금자들까지 대량 예금인출(뱅크런)에 가담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보완책도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영업정지 2주 뒤에 가지급금 명목으로 2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영업정지 후 영업일 기준으로 나흘째부터 가지급금과 예금담보대출 등을 통해 4500만 원까지 찾을 수 있다. 원금을 제때 찾을 수 없어 뱅크런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영업환경이 위축된 저축은행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책도 곧 발표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영업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여신전문출장소 설치요건 완화 △부동산 대출 규제 합리화 △영업구역 내 개인과 중소기업대출을 50% 이상 취급하도록 한 의무대출제도 합리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연착륙 계획에 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저축은행 구조조정 일정과 정책방향이 명확히 제시됨에 따라 저축은행에 대한 시장불안이 해소되고 소비자 신뢰가 증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시장의 불안심리가 쉽게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저축은행의 건전성과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옥석을 가려 저축은행 부실의 불씨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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