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다니는 항구, 화물선 찾아가 짐 부리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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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부산서 모바일하버 선적-하역 시연 성공
“바람이 불고 파도 높아도 가능” 상용화 탄력받아

바다 위의 움직이는 항구인 ‘모바일하버’가 대형 선박에 자동 도킹하고 컨테이너를 상·하역하는 작업에 성공했다. 모바일하버의 핵심 장비인 ‘자동도킹 시스템’과 ‘안정화 크레인’의 시연 성공에 따라 사업화와 상용화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KAIST는 29일 오후 3시 부산 부경대 부두 앞 해상에서 모바일하버를 670t급 선박과 자동 도킹한 데 이어 ‘안정화 크레인’을 이용해 컨테이너의 상·하역 시연을 무사히 마쳤다. 2009년 3월 기술 개발을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교내 해양수조에서 축소 모델 시연을 했다. 올해 4월에는 3500t급 선박과 도킹 시연을 한 데 이어 크레인을 이용한 상·하역 작업까지 순차적으로 성공했다.

KAIST가 개발해온 모바일하버는 항구가 바다에 떠 있는 배로 다가가 화물을 싣고 내리는 움직이는 항구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항만 크기나 바다 깊이와 상관없이 대형 컨테이너선이 짐을 싣고 내릴 수 있다. 문제는 바다 위는 항상 파도가 쳐 모바일하버와 배가 움직인다는 점이다. 도킹을 하거나 컨테이너를 옮길 때 파도로 두 선박 간에 충돌이 일어나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막을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KAIST가 개발한 모바일하버의 크기는 가로 48m, 세로 15m, 높이 33m로 25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선박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날 시연에서 첫 단계인 자동 도킹은 무난하게 성공했다. 올해 4월 시연 성공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두 번째 단계인 안정화 크레인 작동도 문제가 없이 진행됐다. 원래 컨테이너 상·하역은 도킹을 한 상태에서 진행하지만 이날 시연에서는 ‘극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자동 도킹을 해제하고 실시했다. 이필승 KAIST 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난주 더 높은 파도와 바람 속에서도 시연이 성공했다”며 “(오늘은) 시연하기에 너무 날씨가 좋아 선박 간에 흔들림을 주기 위해 도킹을 풀고 안정화 크레인 시연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설명이 끝나자 대형 크레인에 매달려서 수평으로 물건을 이동시키는 ‘다단 트롤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컨테이너를 잡을 수 있는 집게인 ‘스프레더’가 장착된 다단 트롤리는 두 선박의 상대 운동에 따른 흔들림을 제어할 수 있다.

곽병만 KAIST 모바일하버사업단장은 “모바일하버에 있는 요소기술은 군과 일반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모바일하버 통합 시연장에는 국내외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한스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대사와 에드문두 후지타 주한 브라질대사 등 모바일하버의 사업화에 관심을 표명한 외국 인사들도 참석했다.

부산=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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