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회장 ‘제왕적 권력’ 손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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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의사결정 해놓고 문제 생기면 자회사에 전가”
당국, 체제 개선안 마련 착수… ‘금융 4대 천황’ 견제 해석도

금융당국이 막강한 권한을 누리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금융지주회사 회장 체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착수했다. 현 체제를 그대로 놔두면 지난해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놓고 극심한 권력 갈등을 빚었던 ‘KB금융 사태’와 ‘신한금융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22일 “금융지주 회장이 실질적 의사결정을 해놓고 문제가 생기면 자회사가 책임지는 등의 폐단이 있다는 걸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현행 금융지주사 제도의 운영상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을 통한 제도적인 개선안과 지주회사에 대한 검사와 감독을 강화하는 운영상의 개선안이 있을 수 있다”며 “충분한 논의를 통해 개선안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은 금융지주사가 자회사에 대해 사업목표 부여와 사업계획 승인, 경영성과 평가와 보상, 지배구조 결정, 업무와 재산상태 검사,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등을 할 수 있도록 열거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금융지주 회장이 자회사의 인사와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해 ‘제왕’처럼 군림하는 등의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다만 법을 개정해서 금융지주 회장의 권한을 축소하면 자회사 통제기능이 약화돼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는 만큼 검사와 감독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현재 마련 중인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시행되면 금융지주사 회장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일정 부분 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법안에는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상근감사를 폐지하는 대신 감사위원회의 실질적 권한을 강화하는 등의 내부통제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체제 개선에 나선 것에 대해 어윤대 KB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 등 막강한 권한을 쥔 ‘금융 4대 천황’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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