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으려 기준금리 3.25%로 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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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은총재 “하반기는 공공요금 유가가 변수”… 가계 대출이자 부담 더 커져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연 3.25%로 올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0일 정례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연 3.0%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 미국 경기 악화, 유럽 재정 위기, 국제유가 불안 등 대외 악재 때문에 4, 5월에 이어 3개월 연속 동결할 것이라는 대다수 전문가의 전망을 뒤엎는 결정이었다.

한은의 이날 기준금리 인상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근원물가(Core Inflation)’를 잡기 위한 포석이다.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에서 계절에 따라 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을 뺀 것으로, 장기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5월까지 4%대의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으며, 지난달 근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5% 급등해 2009년 6월(3.5%) 이후 2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유가,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이 가공식품 가격, 개인 서비스요금 등에 파급되면서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3%대 중반으로 높아졌으며 앞으로도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2∼4%)를 넘을지는 공공요금과 유가 등 변수에 달렸다”며 “하지만 이런 변수가 성장 전망을 바꿀 정도로 오를 것으로는 예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는 한은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3.9%)를 바꿀 만한 특별한 정보가 없지만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인상폭을 억제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40%를 넘어 빚을 갚기 어려운 가계가 소득 1∼5분위 가운데 7% 수준으로 결코 낮지 않지만 국가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며 “미시적 차원에서 접근한 뒤 통화신용정책 측면에서 적절한 유동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범정부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선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지만 이러면 원리금 부담이 늘어나 파산하는 가계가 나올 수 있으므로 금리 인상 충격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날 기준금리 인상을 둘러싸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긍정적 영향보다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 5월 2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하는 동안 물가가 오를 만큼 오른 데다 대내외적으로 경기둔화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뒷북 인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씨티그룹은 이날 “이번 금리 인상을 통해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에 강경노선으로 전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하반기에) 각각 0.25%포인트씩 올려 연말 기준금리는 3.75%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연내 0.5%포인트 추가로 인상돼 3.75%까지 오르고 원-달러 환율은 10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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