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 ‘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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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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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요건 강화돼 충원 비상… 이직 잦아 중소증권사 끙끙

최근 A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보고서를 쓰는 것 외에 타사 리서치센터에서 낸 보고서를 읽고 애널리스트들의 성향을 파악해 데이터베이스(DB)로 정리하는 일도 하고 있다. 리서치 업무 때문이 아니라 스카우트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 애널리스트 두 명이 회사를 떠나면서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그는 “상반기 업무의 70%가 인사 문제였고 이틀에 한 번꼴로 사람을 찾아다니며 면접을 하다 보니 본업에 집중하기 힘들다”며 “추가 인력 이탈 시 스카우트에 활용하기 위해 DB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의 꽃’으로 불리는 애널리스트 인력 부족으로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비상이 걸렸다. 애널리스트들은 보통 증권사들의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 전후로 이동하지만 올해는 애널리스트 자격요건 강화와 수요 급증으로 인력 기근 현상이 한층 심해졌다.

이런 기근 현상을 몰고 온 요인으로 올해 2월부터 금융투자협회가 실시한 애널리스트 신규등록 제도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애널리스트 충원이 필요할 때마다 현장을 잘 아는 산업계 경력직을 채용해 즉각 현장에 투입하곤 했다. 새 제도는 전문성 강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산업계 출신들이 1년간 리서치보조(RA)로 업무를 익혀야 애널리스트로 일할 수 있게 했다. 당장 산업계 경력직을 데려온다 해도 최소 1년의 공백 기간이 생기게 된 것이다. 여기에 자문형 랩이 인기를 끌면서 투자자문사로 이직하는 애널리스트도 크게 늘어났다.

일선 리서치센터들은 신입사원을 뽑아 육성하기보다 타사 경력직을 훨씬 선호한다. 1, 2년 남짓한 재임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센터장으로서는 바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애널리스트 스카우트에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 B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정보기술(IT), 반도체, 화학·정유, 자동차는 애널리스트 수요가 급증하는 분야”라며 “뺏기지 않는 동시에 빼앗아 오기 위한 신경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고 전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애널리스트가 다른 증권사로 이직한 비율은 평균 11.5%로 미국의 3.8%보다 3배나 높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력 유출이 잦은 중소형사들의 고충은 특히 심하다”며 “단기성과 강조, 높은 이직률이 고착화된 환경에서 해외처럼 한 분야를 깊게 연구하는 50, 60대 애널리스트들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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