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대기업 면박주는 식으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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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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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인터뷰… 대담=임규진 산업부장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집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프랑스 정부로부터 희귀금속 공동 기술개발 추진을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집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프랑스 정부로부터 희귀금속 공동 기술개발 추진을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장관에 취임한 지 100일이 되고 나서 ‘최중경은 색깔이 없다’는 얘기를 일부 하시던데 그것은 제가 지극히 바라는 것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정책을 모색하기보다는 완성도를 높이는 게 지경부 장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틀러’라는 별명답게 취임 직후 “회계사 출신인 내가 직접 원가 계산을 해보겠다” “정유사들은 성의 표시라도 해야 한다” “납품단가 후려치는 직원은 해고하라”는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각인된 이미지가 부담스러워서였을까. 그는 이날 인터뷰 내내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동반성장 등 현안에선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 그는 동반성장위원회 활동과 관련해 “네이밍(동반성장지수가 낮은 기업을 공표하는 것)을 해서 대기업에 면박을 주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동반성장위는 대·중소기업이 함께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반성장이 요즘 화두다. 지경부는 동반성장을 다뤄야 하는 동시에 산업 주무부처로서 대기업의 생산활동을 지원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는데….

“동반성장은 규제나 강제로 하는 게 아니고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 애플과 구글처럼 대기업을 둘러싼 생태계 전체가 각 그룹으로 경쟁하는 게 요즘 현실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손을 맞잡고 판로를 개척하고 경영효율을 증대할 때 ‘윈윈’한다. 그런데 자꾸 제도로 해결하려면 굉장한 반발이 따른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도 민간 자율로 하는 것이지 강제로 하는 게 아니다. 동반성장지수 발표도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이 최 장관이 주필리핀 대사 시절 산업협력에서 훌륭한 성과를 냈다고 칭찬한 적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산업자원협력실을 새로 만든 것 아닌가.

“2009년 필리핀에서 약 3만 ha에 이르는 농경지를 농공 복합산업단지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 적이 있다. 비단 농업뿐만 아니라 농기계와 저장, 유통, 수리산업이 한꺼번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었는데 필리핀에서 새로운 산업모델을 시도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산업자원협력실을 만든 목적도 선진국, 개도국과 같이 앉아서 진지한 대화를 통해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내자는 데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최근 독일 정부가 원전을 폐쇄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우리나라 원전 수출에 암운(暗雲)이 드리워진 것 아닌가.

“후쿠시마 사태 이전보다 원전 수출 시장 상황이 조금 순조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암운까지는 아니다. 전기 생산비용 때문에 원전이 반드시 필요한 나라가 아직 많다. 문제는 안전에 대한 확신일 것이다. 따라서 안전도를 향상하려는 노력을 전제로 하고 원전 수출을 조심스럽게 추진해야 한다. 국내에서 현재 원전 7기를 건설 중이고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4기를 새로 지을 예정이다. 누가 보더라도 안전하고 신중하게 일을 추진한다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

―지경부 산하 공기업 기관장의 임기가 상당수 만료될 예정이다. 지경부 출신 고위공무원들이 기관장 자리를 꿰차는 것은 전관예우 아닌가.

“법원을 보자. 내가 모시던 부장판사가 변호사로 왔으니 좋은 판결을 내줘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상대방이 피해를 본다. 하지만 공무원을 산하기관으로 보내는 것은 다르다. 검증을 거쳐서 능력이 있고 경험이 있는 사람을 보내는 것 아니냐. 공기업 특성상 정부 정책과의 연계성도 필요하고. 누구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누굴 봐주는 전관예우와는 다른 것이다. 우리가 공무원을 무작정 보내겠다는 게 아니다. 자질이 검증된 사람을 보낸다.”

―지경부가 진행하고 있는 ‘에너지 절약 아이디어 공모전’과 ‘1만 에너지 절약 우수가구 선발대회’에 대한 참여 열기가 높다.

“동아일보와 함께 추진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50일간 총 5680건이 몰렸다. 각 가정의 에너지 사용량을 같은 평형의 평균 사용량과 비교해 고지서에 효율등급으로 표시하자는 제안 등 정책적으로 유용한 아이디어들이 많았다. 특히 에너지 절약 우수 1만 가구 선발대회에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140만 가구가 참여했다. 국민 여러분의 높은 호응을 발판삼아 에너지 절약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정리=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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