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통하면 세계서도 통한다”… 글로벌 기업들 중화권 증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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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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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탈리아의 세계적 명품 기업 프라다가 이달 24일 홍콩 증시에 첫발을 내딛는다. 세계 금융 중심지인 미국 뉴욕이나 명품 본고장인 유럽 대신 홍콩을 기업공개(IPO) 장소로 택한 것이다. 가족회사인 프라다는 이번 상장으로 지분 20%를 팔아 20억 달러(약 2조1600억 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프라다는 아시아시장에서 총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벌어들인다.

#2. 지난해 2억4000만 달러(약 2600억 원)를 들여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등에 현지 공장을 세운 코카콜라는 최근 “중국 상하이 증시 상장에 관심 있다”며 “중국 당국과의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홍콩과 달리 외국기업 상장을 금지했던 중국 본토 증시가 기존 방침을 없애려는 것에 맞춰 코카콜라가 가장 먼저 출사표를 낸 것이다.

중화권 증시가 글로벌 기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기업은 홍콩 증시로, 글로벌 소비재기업은 중국 본토 증시로 각각 상륙을 준비 중이다. 중국의 거대 소비시장은 물론이고 자본시장까지 한꺼번에 공략하려는 의도다. 나아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 코카콜라 이르면 10월 중국 증시 상륙

해외에서 달러화 자금을 유치하려는 중국 기업이 주로 상장하던 홍콩 증시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각축장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프랑스 화장품회사 록시탄은 7억8300만 달러(약 8500억 원)를 끌어 모으며 화려하게 홍콩 증시 신고식을 치렀다. 일반 청약경쟁률이 160 대 1을 넘었고 중국투자공사(CIC)도 투자에 참여했다. 14.40홍콩달러로 출발한 록시탄 주가는 현재 20홍콩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올해는 가방 전문 브랜드 샘소나이트가 이달 16일 홍콩 증시에 상장해 약 15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미국 명품 브랜드 코치도 연내 예탁증서(DR)를 발행하는 형태로 홍콩 증시에 입성하며 명품 오토바이 제조사인 이탈리아의 두카티도 홍콩 상장을 타진 중이다.

중국 당국은 올해 안으로 외국기업 상장 금지 규제를 풀고 상하이 증시에 글로벌 기업이 상장할 수 있는 전용시장 ‘궈지반(國際板)’을 열 방침이다. 이르면 10월 첫 상장기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 중국에서 상품도, 주식도 ‘세일즈’

세계적 기업들이 중화권 증시로 발길을 돌리는 것은 세계 공장에서 세계 시장으로 거듭난 중국을 비롯해 급팽창하는 아시아 소비시장을 노린 전략이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매출 350억 달러 중 14%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벌어들였다. 에르메스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일본 제외)의 매출 비중이 2008년 18.2%에서 지난해 26.3%로 늘어난 반면 유럽은 같은 기간 42.1%에서 37.5%로 줄었다.

상품뿐만 아니라 주식을 세일즈하는 데도 중화권 증시만 한 곳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홍콩과 상하이 증시는 지난해 뉴욕 같은 선진국 증시를 제치고 세계 IPO 시장의 1, 2위로 급부상했다. 아직 아시아 증시에 상장한 글로벌 브랜드가 없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데다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차이나 머니까지 손쉽게 유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도 이들 기업처럼 중국 소비시장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진정한 현지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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