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작은 성공부터 맛보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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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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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서의 고전인 맥스웰 몰츠 박사의 ‘성공의 법칙’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 미식축구 팀의 쿼터백이 경기 도중 예기치 못한 부상을 당했다. 졸지에 핵심 공격수가 실려 나가자 감독은 울며 겨자 먹기로 벤치의 후보 선수를 급히 내보냈다.

이 감독은 후보 선수가 부상당한 쿼터백처럼 한순간에 터치다운을 가능케 하는 수십 야드의 장거리 패스를 선보일 능력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감독은 그 선수에게 짧은 스윙 패스만 던지라는 간단한 지시를 내렸다.

짧은 패스는 진행 거리가 짧지만 성공 확률이 높다. 감독은 실전 경험이 별로 없는 후보 선수가 주눅 들지 않고 경기에 임하려면 일단 작은 성공이라도 맛봐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후보 선수는 이 지시를 잘 수행했고 쿼터백의 공백을 무사히 메웠다.

2009년 기아 타이거즈가 12년 만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 김상현 선수가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김상현은 2000년 기아의 전신인 해태에 입단했지만 별 활약 없이 2002년 LG로 트레이드됐다. LG에서의 성적도 초라했다. 결국 2009년 4월 중순 친정인 기아로 돌아왔다.

김상현은 기아로 옮긴 지 일주일 만인 2009년 4월 26일 삼성전에서 프로데뷔 후 첫 만루홈런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1군 경기에서 안타도 많이 쳐보지 못했던 선수가 한 경기의 결승타를 솔로홈런도 아닌 만루홈런으로 장식했으니 자신감이 고조된 건 당연하다. 김상현은 ‘만루홈런을 친 후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취지의 소감을 여러 번 밝혔다. 그는 2009년 36개의 홈런을 쳐 홈런왕이 됐다.

두 사례는 조직 이론의 거장 칼 와익 미국 미시간대 교수가 주창한 ‘작은 승리 전략(Small Wins Strategy)’의 요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어떤 문제를 극복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할수록 인간의 무력감과 불안감은 가중된다. 결국 해당 문제에 압도당해 아무 일도 해보지 못한 채 파국을 맞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잘게 쪼개 작은 문제부터 해결하면 상당한 성취감과 안정감을 느낀다. 이를 바탕으로 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도전 의지도 얻는다. 와익 교수가 “산을 오르는 게 겁날 때 이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작은 언덕부터 넘는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하버드대 총장을 지냈던 미국의 수학자 찰스 엘리엇 박사는 자주 낙제하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나오는 이유를 지능이나 학습 환경에서 찾지 않았다. 그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소소한 과제를 내주지 않은 교사 탓이라고 봤다. 그는 “성취감과 승리감을 발달시킬 기회를 박탈당한 어린 학생들은 성공 체험의 부재로 계속 낙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바로 작은 성취감”이라고 말했다.

하정민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하정민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작은 성공을 자주 경험하게 해야 한다는 점은 특히 성과 부진에 빠진 조직을 운영하는 리더들에게 큰 교훈을 준다. 이런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패배자라는 심리적 감옥에 갇혀 작은 어려움에 직면해도 쉽게 포기하거나 두려워할 때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가 너무 이상적이고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제시하면 그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직원들의 의욕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조직의 상황이 나쁠수록 이를 획기적으로 반전시킬 큰 목표보다는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작은 목표부터 차근차근 이뤄야 한다. 성공하는 사람과 조직은 남들보다 어려움에 대한 내성이 강하고 항상 상황을 긍정적으로 본다. 조금만 견디면 좋은 날이 온다는 점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그들이 남들보다 더 자주, 더 크게 성공하는 비결이다.

하정민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dew@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2호(2011년 6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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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제국 건설에 실패한 이유

▼ 전쟁과 경영


페르시아전쟁과 펠로폰네소스전쟁이라는 긴 전쟁 동안 그리스는 여러 전술적 아이디어를 집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 아이디어들이 현실화된 것은 그리스가 오랫동안 야만족 취급을 했던 마케도니아에서였다. 그리스에 볼모로 잡혀 있었던 마케도니아의 왕자 필리포스는 그리스인들의 전술을 배워 고국으로 돌아가 중장보병대를 경량화하고 장창 전술을 개량했다. 이로 인해 마케도니아는 기원전 338년 카이로네이아전투에서 그리스 연합군을 격파할 수 있었다. 그리스는 세계의 절반을 차지할 만한 위력적인 전술을 고안해 놓고도 지배층이란 특권에 집착하다 그들의 작은 도시국가마저 잃는 우를 범했다.

구글의 ‘20% 근무시간 원칙’은…

▼ 맥킨지 쿼털리


지난 10년간 구글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낸 에릭 슈밋 회장은 조직문화에 부합하는 인재 채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글이 원하는 인재 상은 리더나 상관의 도움 없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일을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다. 구글은 이런 인재를 채용하고 유지하기 위해 20%의 근무시간 원칙을 마련했다. 근무시간 중 20%는 자신이 하고 싶은 모든 일이 허용되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를 헛되게 쓰는 구글 직원은 아무도 없다. 모두 업무와 관련 있는 자신의 관심 영역 분야를 연구한다. 슈밋 전 CEO가 말하는 구글의 인재 정책, 비즈니스 모델 등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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