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스페셜]평일에도 북적북적 수원 ‘못골시장’엔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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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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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팔아라” 재래시장의 반격

《 조정례 씨(49)는 경기 수원시 팔달문 주변의 못골시장에서 양념과 식재료를 파는 상인이다. 조 씨는 요즘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알려진 ‘넬라 판타지아’ 노래 연습에 푹 빠져 있다. 물건을 팔면서도 틈틈이 한글로 바꿔 쓴 원곡 가사를 외운다. 그는 못골시장 여성 상인들로 구성된 ‘줌마불평합창단’의 단원. 이 합창단은 상인들의 애환을 노래로 만들어 불러 TV에까지 소개됐다. 이젠 ‘합창단 아줌마’라며 조 씨를 알아보는 손님도 많아졌다. 단골이 늘자 매출도 20∼30% 증가했다. 장사하랴, 노래하랴 정신이 없지만 얼굴엔 웃음꽃이 핀다. 조 씨는 “힘들어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바쁜 엄마 때문에 아이들이 투정을 부리면 ‘엄마 얼굴에서 요즘처럼 행복한 표정을 본 적이 있느냐’며 달랜다”고 말했다. 》
경기 수원시 팔달구 못골시장에는 상인 DJ들이 라디오방송국인 ‘못골 온에어’를 운영한다. 상인 DJ들은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상인을 초대해 대화를 나누고 상인의 스토리를 알리는 방송을 진행한다. 못골시장상인회 제공
경기 수원시 팔달구 못골시장에는 상인 DJ들이 라디오방송국인 ‘못골 온에어’를 운영한다. 상인 DJ들은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상인을 초대해 대화를 나누고 상인의 스토리를 알리는 방송을 진행한다. 못골시장상인회 제공
못골시장 상인들은 특별하다. 조 씨처럼 본업인 장사 외에도 다양한 동호회 활동에 참여한다. 시장 내 라디오 방송국에서 DJ로 일하는 젊은 상인이 있는가 하면, 밴드 동호회 활동을 하는 상인도 있다. 시장의 문화행사를 기획하거나 시장 신문을 제작하는 기자로 활동하는 상인도 있다. 이런 특별한 상인들이 시장의 변화를 만들었다. 이곳은 길이 180m의 골목길에 90여 개 점포가 들어선 작은 골목시장으로 전국의 대형 재래시장 상인까지 보고 배우러 오는 재래시장 부활의 ‘교과서’가 됐다. DBR 82호(2011년 6월 1일자)는 재래시장 위기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재래시장의 성공 사례를 심층 분석했다. 이 가운데 수원 못골시장 사례를 요약한다.

○ 팔달문 꼬마시장의 변신


못골시장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적어도 세 가지에 놀란다. 시장에 들어서면 평일에도 붐비는 손님 때문에 놀란다. 이름이 알려진 한 떡집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선다. 오후 4시가 넘으면 장을 보러 온 주부들로 대목처럼 북적인다. 잘 정돈된 시장 모습도 인상적이다.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 가판대는 노란 선을 따라 가지런히 정리돼 고객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다. 상인들의 표정도 밝다. 이희숙 씨(36)는 “마트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신선한 데다 상인들이 친절해 매일 장을 보러 나온다”고 말했다.

못골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하루 방문객이 2008년 12월 1만301명에서 지난해 말 1만3392명으로 30% 증가했다. 상점의 하루 평균 매출액은 50만 원에서 61만4000원으로 22.8% 늘었다. 빈 점포를 찾기 어렵다. 이충환 못골시장 상인회장은 “상가 매물이 드물어 상인회에까지 빈 점포를 찾는 문의전화가 월평균 서너 건씩 걸려 온다”고 말했다.

못골시장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이곳은 1970년대 중반 골목에 상인들이 하나둘씩 터를 잡기 시작하면서 생겨났다. 시장 내부는 혼잡했고, 흙길은 비좁았다. 상인들은 더 많은 진열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가판대를 늘렸다. 좁은 골목에 비라도 오는 날이면 우산을 쓴 손님들끼리 엉켜 시장은 엉망이 됐다. 삶에 지친 상인들은 툭하면 이웃과 싸우거나 손님과 몸싸움을 벌이곤 했다.

○ 변화의 불씨, 젊은 상인들

시장의 변화는 상인들의 손에서 시작됐다. 가업을 물려받은 2세 상인 등 30, 40대 젊은 상인들은 부모 세대가 일군 시장을 바꾸고 싶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2003년 상인회가 결성됐다. 상인회는 자체 쿠폰을 발행하고 교육을 기획하며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어려운 일이 터질 때마다 상인들을 직접 찾아가 설득했다. 시간이 흐르자 ‘시장에 좋은 일이 내게도 좋다’는 공동체 의식이 싹트고, 상인들의 시야가 고객과 시장 전체로 확대됐다.

상인들의 자구 노력은 정부 지원을 계기로 탄력을 받았다. 상인회를 중심으로 2008년 10월부터 2년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 지원을 따냈다. 이 프로젝트는 전통시장이 갖고 있는 고유성이라는 강점을 핵심 경쟁력으로 만드는 사업이었다. 못골시장은 이를 통해 재원과 외부 전문가의 지원을 얻었다. 오형은 한국지역활성화포럼 사무국장이 프로젝트매니저(PM)로 나서 외부 전문가, 상인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 이야기가 있는 점포들


PM단과 상인회는 상인의 열정, 소비자와의 만남, 상거래 자체를 경쟁력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먼저 시장 내부 자원을 발굴했다. 전문작가들이 상인들의 스토리를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상인들의 이야기는 우리네 삶의 축소판처럼 사람 사는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다.

임신한 아내가 통닭을 먹고 난 뼈를 고아 곰탕을 끓이던 모습을 보며 가슴을 쳤던 가난한 가장의 아픔부터 어린 아들과 딸을 노점 기둥에 묶고 장사에 나서 결국 딸을 한의사로 키워낸 불굴의 모정, 폐암과 백혈병에 걸린 어머니를 도와 장사를 시작한 20대 형제의 효성, 10년 리어카 행상 끝에 점포를 마련한 오뚝이 상인까지 가슴 찡한 인생 스토리가 수집됐다.

이 이야기는 책과 동영상으로 제작됐고, 각 상점의 브랜드로 만들어졌다. 아들을 파일럿으로 키워낸 신발가게 앞에는 ‘날개가 달린 운동화’가 내걸렸고, 암을 이겨내며 권투선수 아들을 키운 상인은 권투장갑을 끼고 장사를 했다. 상인들이 참여하는 합창단, 밴드, 라디오 방송국, 기자단 등 다양한 동호회 활동도 시작됐다. 상인들은 상인 요리강습, 축제 등의 다양한 행사 기획에도 주도적으로 나섰다.

못골시장은 이렇게 진귀하며 모방이나 대체가 불가능한 고유의 자원을 창조할 수 있었다. 이미 갖고 있던 자원을 활용한 게 아니라 과거에 없던 ‘창조된 경쟁우위’를 확보한 것이다.

○ 홀로서기 도전

못골시장의 본격적인 도전은 이제부터다. 지난해 프로젝트가 끝나고 외부 전문가와 PM단이 철수했다. 상인들의 힘으로 지금까지의 성과를 지속가능한 경쟁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상인들은 비영리단체인 ‘못골문화사랑’을 설립하고 ‘홀로서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외부 전문가의 도움 없이 수원지역 21개 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한 전통시장 문화학교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자체 지원도 따냈다. 지난해 11월 상인들이 주축이 된 커뮤니티 비즈니스 ‘아름다운 밥상’ 사업을 시작했다. 상인 12명이 출자한 돈과 정부 지원금을 받아 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오토바이 택배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이 상인회장은 “시장에 대한 주민의 관심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며 “시장이 지역사회에 수익을 돌려주고 함께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윤지온 인턴연구원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이재훈 인턴연구원 동국대 경영정보학과 2학년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2호(2011년 6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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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제국 건설에 실패한 이유

▼ 전쟁과 경영


페르시아전쟁과 펠로폰네소스전쟁이라는 긴 전쟁 동안 그리스는 여러 전술적 아이디어를 집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 아이디어들이 현실화된 것은 그리스가 오랫동안 야만족 취급을 했던 마케도니아에서였다. 그리스에 볼모로 잡혀 있었던 마케도니아의 왕자 필리포스는 그리스인들의 전술을 배워 고국으로 돌아가 중장보병대를 경량화하고 장창 전술을 개량했다. 이로 인해 마케도니아는 기원전 338년 카이로네이아전투에서 그리스 연합군을 격파할 수 있었다. 그리스는 세계의 절반을 차지할 만한 위력적인 전술을 고안해 놓고도 지배층이란 특권에 집착하다 그들의 작은 도시국가마저 잃는 우를 범했다.

구글의 ‘20% 근무시간 원칙’은…

▼ 맥킨지 쿼털리


지난 10년간 구글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낸 에릭 슈밋 회장은 조직문화에 부합하는 인재 채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글이 원하는 인재 상은 리더나 상관의 도움 없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일을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다. 구글은 이런 인재를 채용하고 유지하기 위해 20%의 근무시간 원칙을 마련했다. 근무시간 중 20%는 자신이 하고 싶은 모든 일이 허용되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를 헛되게 쓰는 구글 직원은 아무도 없다. 모두 업무와 관련 있는 자신의 관심 영역 분야를 연구한다. 슈밋 전 CEO가 말하는 구글의 인재 정책, 비즈니스 모델 등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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