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블랙리스트제도 도입되면 달라지는 것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5일 2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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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휴대전화가 고장나면 굳이 새 휴대전화를 사지 않아도 가족이나 친구가 쓰던 중고 휴대전화를 간단히 쓸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될 전망이다. 또 꼭 통신사 대리점을 찾아가지 않아도 가전제품 매장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휴대전화를 살 수 있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요금 인하방안의 하나로 논의해 왔던 이 같은 내용의 '단말기 블랙리스트' 시행방안을 정교화하기 위해 다음달 전담반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블랙리스트 방안이란 휴대전화의 국제단말기인증번호(IMEI) 목록을 저장하는 방식의 하나다.

그동안 국내 통신사는 휴대전화 제조업체로부터 일괄적으로 휴대전화를 구입한 뒤 이렇게 사들인 휴대전화의 IMEI 전체를 목록으로 만들어 관리했다. 이 목록에 없는 휴대전화는 전화통화가 되지 않게 한 것이다. 이것이 '화이트리스트' 제도다. 하지만 한국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통신사가 소비자나 휴대전화 제조업체로부터 분실 또는 도난 신고를 받은 일부 '불량 휴대전화'만 '블랙리스트'로 관리해 전화가 되지 않도록 한다.

이 때문에 두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었다.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방식에서는 '휴대전화 도둑'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 번 분실·도난 신고가 들어온 휴대전화는 전화 기능이 중지되기 때문이었다. 대신 휴대전화 시장이 왜곡됐다.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제품을 소비자가 아닌 통신사에게 팔기 때문에 휴대전화에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넣기보다는 통신사가 요구하는 기능만을 넣었던 것이다. 해외에선 수년 전부터 팔리던 와이파이 휴대전화가 국내에선 2009년까지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유가 여기 있다. 와이파이는 무료 통신 기능이라 통신사가 싫어했기 때문이다. 또 휴대전화 가격에 '거품'도 끼었다. 통신사가 휴대전화 업체에게 각종 할인을 요구하면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아예 제품 정가를 올린 뒤 이를 할인해 생색만 내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되면 사용자는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범용개인식별모듈(USIM) 카드만 빼서 다른 휴대전화에 꽂으면 새 휴대전화를 쓸 수 있게 된다. 가족이나 친구가 쓰다가 남은 중고 휴대전화를 재활용하기 위해 통신사 대리점을 찾아가 '명의변경' 신청을 하는 불편한 일이 사라지는 것이다. 또 그동안 국내 시장 진출이 힘들었던 중국산 저가 휴대전화 등도 대거 판매될 가능성이 높고 다양한 중소 휴대전화 업체들도 저마다 틈새 시장에서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이런 업체는 통신사에 대한 협상력이 부족해 제품을 팔고 싶어도 팔 길이 없었다. 방통위는 또 통신사가 통합해 IMEI 번호를 관리하는 관리센터도 만들어서 블랙리스트를 공유해 분실·도난 휴대전화로 인한 피해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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