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순익 쑥… 국제회계기준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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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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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줄어… 기업 50%-국민 42% 증가
은행측은 “예대마진 커진 탓”

시중은행들이 이자이익 증가 등에 힘입어 올해 1분기 대폭 호전된 실적을 내놓았다. 이 같은 ‘눈부신’ 실적 개선에는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완화된 영향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KB금융지주가 IFRS를 처음으로 적용해 내놓은 국민은행의 1분기 실적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7405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순이익(5203억 원)보다 42.3% 증가했다. 같은 회계 기준을 적용한 우리은행의 1분기 순이익도 5075억 원으로 작년 동기의 4598억 원보다 10.4% 늘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IFRS에 따른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5672억 원으로 작년 동기(3765억 원)보다 50.6%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1분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3% 이상 늘어난 4056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하나은행이 분기 기준으로 순이익 4000억 원을 넘긴 것은 2007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세와 금리 상승으로 예대마진이 늘면서 눈에 띄는 실적 증가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순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는 회계 기준이 바뀐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회계 기준 변경으로 대손충당금이 크게 줄어들었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대출한 자금 중 회수가 안 될 부분을 예측해 일정 비율만큼 비축하는 자금이다. 기존 회계기준(한국회계기준·K-GAPP)에서는 금융감독원의 규정에 따라 대출채권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등급으로 나눠 금융당국이 정한 예상손실 비율을 곱해 충당금을 쌓았다. 하지만 IFRS에서는 과거에 실제로 경험한 평균 손실률을 기준으로 대출의 질을 따져 대손충당금을 적립한다. 우량고객이 많은 은행은 보통 과거에 경험한 손실률이 금융당국에서 정한 예상 손실 비율보다 낮아 충당금을 적게 쌓는다.

실제로 1분기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규모는 크게 줄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분기 충당금으로 3687억 원을 쌓았지만 올해는 3400억 원만 쌓았다. 우리은행의 충당금 규모도 지난해 1분기 5280억 원에서 올해 2700억 원으로 줄었다. 기업은행의 충당금은 같은 기간 3970억 원에서 2712억 원으로 1000억 원 이상 감소했다. 하나은행 역시 1374억 원에서 1303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 충당금 적립 부담이 줄면서 이익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자체 분석을 한 결과, IFRS 기준 적용에 따라 순이익이 수백억 원 증가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지주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카드사 분사 등으로 카드사업 부문을 강화하면서 카드 분야가 급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내 우리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2009년 1946억 원에서 지난해 2408억 원으로 23.7% 증가했다. 2009년 말 독립한 하나금융의 카드부문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133억 원 적자에서 올해 1분기 30억 원 적자로 적자폭이 크게 감소했다. 매출액은 올해 1분기 6조627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4% 늘어났고 총자산도 2조2400억 원으로 38% 증가했다. 지난달 카드사를 독립시킨 KB금융지주도 현재 5% 수준인 비은행 부문 순익 비중을 2012년까지 30%로 확대하기로 해 카드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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