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美경제 부양기조 유지… 금리인상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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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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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출범 97년만에 첫 의장 기자회견 가져
“성장률 기대치 밑돌아… 强달러가 美에 유리”

《“양적 완화는 예정대로 6월 종료한다. 그러나 긴축은 안 한다.” “앞으로 두 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저금리가 유지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의 벤 버냉키 의장이 27일(현지 시간) 오후 연준 설립 이래 97년간 유지된 ‘비밀주의’를 깨고 50여 명의 기자 앞에 앉았다.

역사적인 그의 첫 기자회견에 전 세계 금융인들의 눈과 귀가 쏠렸다. 하지만 ‘깜짝쇼’는 없었다. 기자회견장에 앉자마자 그는 앞서 배포된 FOMC 성명서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는 수준에서 인사말을 한 뒤 곧바로 질문을 받았다. 50여 분 동안 20여 개 질문을 받았다. 예상을 빗나가는 답변은 거의 없었지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 “미국 경제 성장세 예상보다 둔화”

버냉키 의장은 이날 현재 미국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진솔하게 밝혔다. 그는 미국 경제의 회복에 대해 “많은 사람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들이 왜 경기회복에 대해 조급한 맘을 갖고 있는지 이해할 만하다”며 지지부진한 미국 경제의 회복세에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올해 1분기 미국의 성장세가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면서 연간 성장률도 당초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FOMC 회의에 보고된 중기 경기지표 수정치를 공개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3.1∼3.3%로 하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1월 연준이 내놓았던 성장률 전망치 3.4∼3.9%에 비해 상당히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은 1분기의 성장세 둔화가 일시적인 양상에 그치고 올해 말까지는 완만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높은 실업률은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겠지만 물가상승률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버냉키 의장은 말했다.

○ “양적 완화는 예정대로 종료”

버냉키 의장은 “양적 완화는 예정대로 끝내겠지만 긴축은 안 한다”는 FOMC 성명서 내용을 부연 설명하는 데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6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6월 말에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곧바로 금리를 인상하는 등의 통화 긴축은 실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초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한다’는 표현에서 ‘상당 기간’의 의미에 대해 “두 번(a couple of meetings)의 FOMC가 열리는 기간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FOMC 회의는 6주마다 열린다. 앞으로 최소한 3개월 동안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는 “모기지 채권 등 연준이 보유한 채권의 만기도래분을 채권 매입에 재투자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이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로 옮겨가는 첫 번째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로서는) 통화 긴축을 시작할 구체적인 시간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 방향의 전환 여부는 앞으로 몇 달간의 인플레이션과 성장 흐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3차 양적 완화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현 시점에서 또 다른 양적 완화를 내놓아도 실익이 없다고 밝혔다.

○ “강한 달러가 미국 이익에 부합”

버냉키 의장은 최근 미국이 ‘약달러’로 무역적자가 줄어드는 효과를 즐기면서 ‘강달러 정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분석을 의식한 듯 “강한 달러가 미국의 이익에 가장 잘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은 인플레 대응을 포함해 여러 단계에 걸친 조치를 통해 달러의 구매력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며 “연준의 경기 활성화 노력이 중기적으로 달러화 강세를 지속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도 시장에서는 연준의 제로금리 유지 등으로 달러화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줄어들지 않았다. 다우존스는 기자회견 직후 긴축이 없을 것이라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미뤄 달러화 지수는 앞으로 몇 주 안에 2008년 4월 이후 저점인 70.70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냉키 의장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데 대해서는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문제 아니었느냐”며 “의회가 재정적자 감축에 대해 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넣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다시 세계 최고의 생산성과 빠른 성장성을 회복하고 활력 있는 경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미국 경제의 장기적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 시장의 반응은 일단 ‘합격점’

이날 회견에 앞서 FOMC는 성명을 통해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해 말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총 6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수정하지 않고 당초 계획대로 6월 말까지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FOMC는 또 정책금리를 연 0∼0.25% 수준으로 계속 동결키로 결정했다. 버냉키 의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시장은 “비교적 무난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무엇보다도 뉴욕 증시는 이날 버냉키 의장의 회견이 끝난 뒤 다우지수가 96포인트나 상승해 “아직 긴축할 때가 아니다”는 그의 메시지가 시장에 분명히 전달된 것으로 분석됐다.

코스피는 보합권에서 사흘째 숨고르기를 했다. 2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65포인트(0.07%) 오른 2,208.35로 거래를 마쳤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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