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대기업 견제” 발언에 재계 불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6일 15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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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26일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공적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재계는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곽 위원장이 이름을 거론한 기업들은 정부 당국자의 발언에 가타부타 견해를 밝히는 것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칠 것을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연기금이 기업을 견제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기업 자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 사회적 갈등을 일으킨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KT 관계자는 이날 "'연기금의 목적이 국민의 혜택을 위한 것일 텐데 목적대로 쓰였는지만 잘 판단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KT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방만한 사업 확장'과 관련해 다른 기업과 달리 KT는 계열사가 통신 업종과 관련된 곳이 많고, BC카드 인수도 금융과 통신 융합이라는 업계 트렌드에 맞춰 추진했다는 것이다.

또 예로 SKT도 하나은행과 함께 하나SK카드를 만든다는 점을 들었다.

따라서 KT가 건설업 등 다른 업종을 소유한 것도 아니고, 싸이더스FNH를 인수한 것도 콘텐츠 수급 차원으로 통신 업종과 관련 있는 만큼 자사가 거론된 것에 대해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연기금 운용 목적이 국민의 혜택을 높이는 것인데 경영 효율만 생각해서 통신요금을 올린다면 이젠 또 요금 비싸다고 지적할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곽 위원장이 언급한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연기금이 대기업의 주식을 사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투자 목적이 아니냐. 실적이 좋고 배당이 많으니까 하는 것이지 감시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기업이 절반을 내 조성된 국민연금이 기업을 감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거나 노무현 정부 초기에도 그런 얘기가 나왔지만, 당시 한나라당이 반대해서 성사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대기업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정부 정책을 따라가는 것은 당연하고, 투자와 고용, 납세 등을 통해 동반성장하거나 사회에 이바지하면 되는데 기업이 제 역할을 못하니까 감시의 대상이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 양극화가 점점 심화하므로 기업에 동반성장이나 사회적 기여를 더 하라고 한다면 이를 함께 고민하고 수용할 수는 있지만, 마치 대기업이 정부 정책에힘입어 나 홀로 성장하고 이익을 독식하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모는 것은 사회적 갈등만 가져온다고 덧붙였다.

또 연기금이 발언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정책에 반영하려면 의사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지분이 3.38%라 하더라도 우호지분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지분 5%로 경영을 감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곽 위원장이 회사 이름을 댄 또 하나의 대기업은 "회사 차원에서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청와대도 그의 발언이 정책 조율된 게 아니라 개인 의견이라고 확인하지 않았느냐"고 일축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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