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뿌리산업 힘은 품질” 30년 주물공장의 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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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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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헌 산업부 기자
박승헌 산업부 기자
깨끗하지 못한 환경과 시대에 뒤떨어진 낙후된 시설. 주물(鑄物), 도금(鍍金) 등 뿌리산업 업종의 공장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풍경이다. 하지만 지난달 찾은 경북 고령의 주물업체 대한특수금속의 모습은 달랐다. 6개의 용광로에서 나온 쇳물이 조형, 분리, 세척 등을 거쳐 제품으로 변하는 과정은 여느 주물공장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각 과정이 진행되는 라인 옆에는 온도측정기 센서와 각종 수치 입력을 위한 컴퓨터 등 전자장비가 갖춰져 있었다.

종업원 169명의 중소기업인 이 업체는 고철 무게 측정부터 주물 주입 온도, 모래 상태 등을 모두 전산 시스템으로 확인한다. 이를 토대로 하루 작업량과 생산량, 재고 등을 컴퓨터로 예측한다. 정보기술(IT)을 도입한 주물공장의 모습은 일본 등 뿌리산업 선진국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풍경이다.

대한특수금속 주물공장 내부.
대한특수금속 주물공장 내부.
대한특수금속이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2000년. 1990년대를 거치면서 뿌리산업 업종에 인력난이 심화되고 산업 자체도 3D라는 인식이 강해져 산업 전반에 어둠이 짙게 깔리던 시기다. 당시 이 회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난을 풀 수 있는 방법은 ‘품질’뿐이라고 생각하고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이런 방침 아래 주물업체로는 드물게 국제품질관리인증(ISO9002)을 획득했다. 생산 공정에는 전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부설연구소도 만들었을 정도다.

그러자 살길이 열렸다. 일본 공작기계 제조업체 도요사 등 선진국에 납품을 시작하게 된 것. 현재 대한특수금속은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메탈다인 등을 비롯해 3개국 9개 업체에 수출을 하고 있다. 뿌리산업 업체가 수출을 하는 것 역시 쉽게 찾기 어려운 사례다. 매출도 2009년 292억 원에서 지난해 390억 원으로 늘었다. ‘100만불 수출탑’도 받았다. 올해에는 300만불 수출탑을 받는 것이 목표다.

1973년경부터 형성된 경북 고령군 다산면 주물단지에는 현재 50여 업체가 들어서 있다. 하지만 이 단지에서 부도를 내지 않고 30년 세월을 버텨온 회사는 1979년 설립된 대한특수금속이 유일하다. 정미소 기계 부품에서 시작해 현재 풍력발전기, 자동차에 들어가는 주물 부품까지 만드는 대한특수금속의 생존 비결은 연구개발과 품질관리에 있었다.

뿌리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에는 대단한 비결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업체가 스스로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을 해 품질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도 이를 염두에 두고 이뤄져야 한다.

―고령에서

박승헌 산업부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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