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뛰었지만… 10%만 지붕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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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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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래소, 4개월간 최고치 경신 종목 분석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최근 일주일 동안 두 번이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대형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일반투자자들은 행복하지 않다. 오르는 종목만 오르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보려고 동아일보가 한국거래소에 의뢰해 최근 4개월여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종목을 뽑아 봤더니, 전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700여 개 종목 중 70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종목은 중국 내수시장에 관련된 종목이거나 수출관련주가 대부분이었다. 전문가들은 “수출에서 달궈진 온기가 금융, 서비스 등 내수 업종으로 옮겨가지 않고 있다”며 “내수까지 덥히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수출주 중심 최고치 경신

주가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3일 종전 최고치를 갈아 치운 뒤 1월 19일까지 여섯 번에 걸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달 1일과 5일에도 연달아 기록을 다시 썼다. 주가가 달아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5일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70개 종목 가운데는 특히 자동차, 석유화학 등 중국 관련주가 많았다. 자동차 분야는 현재의 중국 상황이 1996년의 한국과 비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1996년을 기점으로 ‘1인 1자동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는데, 중국에서도 ‘자동차 하향’정책의 영향으로 1인 1자동차 시대가 시작되려고 한다”며 “현대차만 아니라 볼보 등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판매 확대 정책을 펴고 있어 한국의 부품회사들이 덕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주들은 중국의 건설 수요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저가 주택만 3600만 채를 짓기로 하고 올해 1000만 채 착공에 들어갔다”며 “건축 기자재에 들어가는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고, 앞으로도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수주 중에서는 오리온이 ‘초코파이’로, 아모레퍼시픽이 ‘라네즈’로 중국 내수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면서 1월 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 이수페타시스 등 정보기술(IT) 관련 종목, 풍산, 고려아연 등 원자재 관련 종목이 모두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에 올랐다.

○ 순수 내수종목은 몇 곳 안돼


사상 최고치 경신 종목 가운데 내수시장에 전적으로 의지한 종목은 현대백화점, 강원랜드 등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 상장사 중 수출기업들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들 기업의 역량이 뛰어났다는 점도 있지만 상당 부분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수출기업에 유리하도록 높은 수준(원화가치는 하락)을 유지한 점도 작용했다. 한국의 수출기업들이 해외공장을 증설하면서 수출의 온기가 내수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은 전통적으로 수출에서 돈을 벌어 임금인상 등을 통해 내수를 부양하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었는데 최근 수익성이 좋은 수출기업 중 상당수가 해외공장에서 돈을 벌기 때문에 내수부양에 대한 힘이 떨어지고 있다”며 “사상 최고치 종목들이 수출주 중심으로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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