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배려… 외국어 서비스… 폰뱅킹의 재발견

  • 동아일보

■ 고객 맞춤형 서비스 눈길

아무리 스마트폰 뱅킹, 인터넷 뱅킹이 뜬다고 해도 음성 통화로 거래하는 ‘폰뱅킹(phone banking)’은 꿋꿋하게 살아 있다. 무선 인터넷 기반의 금융서비스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사이 폰뱅킹 서비스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 특히 스마트폰과 PC 기기에 불편함을 느끼는 중년층과 노인층은 물론이고 외국인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한은행은 28일부터 ‘고객 맞춤형’ 폰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의 특징은 고객별로 원하는 서비스 메뉴를 우선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이 고객별로 발신자번호표시(CID)를 통해 인식한 고객 정보를 통해 특정 고객이 자주 쓰는 서비스를 앞으로 배치한 것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폰뱅킹으로 돈을 보낼 때 입금할 은행의 코드를 꼭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3개월간 자주 사용한 은행 코드 3개를 먼저 불러주기 때문에 거래를 원하는 은행의 번호를 누르기만 하면 된다.

장애인에게는 녹음된 여러 안내 메시지를 줄줄 읊어주는 대신 상담사 연결을 가장 앞으로 배치한 점도 특징이다. CID를 통해 장애인 고객임이 인식되면 다른 내용에 앞서 상담사 연결을 우선 들려준다. 노년층 고객을 위해 ‘쉬운 말 서비스’도 도입했다. 쉬운 말 서비스는 음성 속도가 느리고 어려운 금융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

폰뱅킹은 저녁 시간에 타행이체 서비스가 잠시 중단되는 인터넷 뱅킹에 비해 24시간 열려 있다.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등으로 인터넷 연결이 안 될 때는 더욱 유용하다. 이용 신한은행 콜센터 차장은 “인터넷 뱅킹은 기기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서비스가 막혀 버리지만 전화는 비교적 언제 어디서든 쉽게 이용할 수 있다”며 “돌발 사고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폰뱅킹 서비스를 계속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장애인을 배려한 폰뱅킹이 눈길을 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폰뱅킹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고, 청각장애인에게는 음성 메시지를 못 듣는 점을 고려해 음성과 문자로 동시에 안내하는 ‘KB 와이즈 폰뱅킹’을 활용하도록 권한다. 문자와 음성이 동시에 안내되는 이 서비스는 LG유플러스의 ‘마이 LG 070’ 인터넷전화를 통해 제공한다. 송금 잔액과 거래명세 조회, 신용카드 서비스 등을 음성과 문자로 동시에 받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아파트담보대출을 폰뱅킹으로 제공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 은행은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방문하거나 서류를 제출할 필요 없이 대출해주는 ‘모기지 원’을 올해부터 시작했다. 365일 24시간 열려 있는 콜센터(1599-1111)에 접속해 대출이 가능한지를 알아볼 수 있다. 전화로 대출상담을 마치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대출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특히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에서 전자설정 등기 방식으로 담보를 설정하기 때문에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기부등본 등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

하나은행의 ‘다국어 폰뱅킹 서비스’는 외국인 고객에게 인기가 높다. 영어, 중국어, 몽골어, 베트남어 등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폰뱅킹 대기 인원이 많을 때 고객이 전화를 받을 번호만 입력하면 나중에 전화를 걸어오는 ‘콜백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폰뱅킹 서비스를 최대한 간편하게 만들기 위해 잔액조회, 당행이체, 타행이체 등 5가지 주요 서비스만 단축 코드로 만들었다. 버튼 입력에 서투른 고령층을 위해 번호 입력 시간을 10초로 늘리기도 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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