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 10년은 쓸텐데… 지금 살까 말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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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안에 들어온 노트북’에 덥석… ‘빈약한 콘텐츠’에 멈칫

#1 박모 씨(47·자영업)는 밤마다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누워 TV를 보다가 잠들곤 한다. 가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기도 하지만 일단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은 뒤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2 회사원 김성훈 씨(35)는 요즘 휴일마다 아들과 함께 스마트TV 탐색에 들어간다. 최근 스마트TV 유튜브 사이트에서 우연히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발견했다. 만화 방영시간까지 꼼짝없이 기다려야 했던 아이에게 당장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스마트TV는 ‘보물창고’와도 같았다. 또 아이의 사진을 올린 구글 피카사 앨범에 접속해 TV로 가족이 함께 사진을 감상하기도 한다. 김 씨는 “스마트TV가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방식을 확 바꿔놓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마트TV가 올해 TV업계의 화두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16일과 17일 차례로 스마트TV 신제품을 발표하며 출사표를 냈다.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스마트TV는 올해 세계적으로 6700만 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되며 2013년에는 판매대수가 1억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TV는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세계시장에서 한국이 확고부동한 1위를 지키고 있는 품목으로 스마트TV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TV 제조업체들이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하지만 스마트TV는 기존의 TV와는 다른 제품이어서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컴퓨터보다 고가이기도 하고 교체 주기도 7∼10년이어서 한번 살 때 잘 골라야 한다.

○ 능동적 시청 vs 수동적 시청


TV는 전통적으로 수동적으로 시청하는 매체다. 이러한 시청 행태는 뒤로 기대서 본다는 의미로 린백(lean back)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시청자는 편안히 앉아서 수동적으로 TV를 즐기며 리모컨으로 채널만 바꾼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소비자가 TV를 시청할 때는 버튼을 두 번 누르는 것도 귀찮아 할 정도로 수동적이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스마트TV는 웹브라우징도 가능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할 수도 있으며 다양한 콘텐츠를 골라 보는 능동적인 시청을 요한다. 이러한 시청 행위를 린백의 반대로 린포워드(lean forward)라고 한다. 노트북PC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미국인의 60%는 TV와 노트북을 함께 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스마트TV는 TV 안에 노트북이 들어온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리모컨과는 전혀 다른 입력장치가 필요하며 이 입력장치의 편리 여부가 스마트TV의 이용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같이 생긴 새로운 리모컨에 이어 17일 쿼티 자판이 들어간 새로운 리모컨을 선보였다. LG전자는 ‘매직모션 리모컨’이라는 버튼 수는 적고 공중에서 사용하는 마우스 같은 입력장치를 선보였다.

○ 생태계 갖춰지려면 내년은 돼야


하지만 스마트TV의 활성화를 막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부족한 콘텐츠다. 한 TV업계 관계자는 “스마트TV 관련 콘텐츠가 늘어나고 생태계가 갖춰지려면 내년은 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자가 증가해야 관련 콘텐츠도 늘어나는 구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컴캐스트와 넷플릭스 등 외국의 유수 콘텐츠업체와 제휴해 연합전선을 펴고 있지만 국내서는 콘텐츠가 많지 않다.

또 현재 통신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TV(IPTV)와의 차별화도 TV업체들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애플리케이션(앱)도 혼자서만 보는 스마트폰 앱과는 달리 여럿이서 즐길 수 있는 TV용 앱을 개발해야 해 난항을 겪고 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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