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WINE]영국 스웨덴까지 생산… 온난화가 넓힌 와인 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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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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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이 곧 영국과 스웨덴으로 출장을 간다기에 “출장길에 그 나라 와인을 맛보고 오라”고 말했더니 “거기서도 와인이 나오느냐”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영국은 물론이고 와인이 나오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나라들에서도 와인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스파클링 와인 시장에서 영국은 이미 무서운 신예로 주목받고 있다. 루이 뢰데레, 뒤발 르루아 같은 프랑스의 샴페인 명가들도 이미 2000년대 중후반에 영국을 수차례 다녀갔다. 한때는 크뤼그사가 영국에 이미 포도밭 매입을 마쳤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였다. 덴마크는 2001년 유럽연합으로부터 상업적인 와인생산을 허가받은 이래 포도 재배가 급격히 늘었다. 20hL(헥토리터·1hL는 100L)에 불과했던 와인 생산량도 2008년에는 546hL를 기록했다.

독일의 와인 생산업자가 독일을 대표하는 품종인 리슬링을 들고 노르웨이 땅을 찾는가 하면 와인 평론가 잰시스 로빈슨은 최근 언론 기고문을 통해 네덜란드의 화이트 와인 품질에 열렬한 찬사를 보냈다. 그녀가 프랑스의 풀리니 몽라셰로 생각한 와인은 네덜란드산 샤르도네였고, 이 나라의 피노그리의 품질에 대해서도 감탄해 마지않았다. 스웨덴은 그 어떤 와인보다 아이스와인에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

이제 동유럽과 지중해 근방 나라의 와인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 사실 역사적 사실만 놓고 보면 이 나라들이야말로 와인 생산국으로 대접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동안 정치적 경제적 사정으로 와인산업이 낙후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이 나라들의 잠재력을 잘 알고 있는 유럽인들의 투자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어지면서 와인산업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불가리아는 동유럽 나라 중 외국인 투자가 가장 활발하다. 보르도의 라몽도트, 샤토 라 가플리에르의 소유주 슈테판 폰 나이페르크를 비롯해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부호들이 이곳에 와이너리를 대거 설립했다. 나이페르크는 불가리아에서 보르도의 10분의 1 정도의 비용만 가지고도 강력하고 신선한 풍미의 와인을 얻고 있다며 만족을 표했다.

샤토 파프클레망을 비롯해 전 세계에 35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베르나르 마그레는 아프리카 대륙의 와인 생산 전초기지로 모로코를 택했다. 마그레의 친한 친구이자 세계적인 영화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의 와이너리는 튀니지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북아프리카산 와인이 생소하지만 이들 나라의 와인은 유럽인에게 특히 인기다.

튀니지와 시칠리아 사이에 위치한 섬나라 몰타에는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이탈리아의 와인 명가 안티노리의 자본과 기술이 들어왔다. 이 와이너리는 1980년대 중반, 와인 생산지로서의 이곳의 잠재력을 알아본 프랑스의 한 양조학자가 지금의 와이너리 소유주에게 “직접 와인을 생산해 보라”고 적극 설득해 설립된 곳이다.

아시아에서는 인도, 중국, 일본이 와인 생산국으로 갈수록 입지를 다지고 있다. 자국의 노력도 물론이지만 기존 유럽 와인 생산업자들의 적극적인 투자도 한몫하고 있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 이번 주의 와인
에니라 리저브


2001년 설립된 베사 밸리 와이너리는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동남쪽으로 135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와인의 라벨에 새겨진 나이페르크 백작 가문의 문장은 보르도 생테밀리옹의 유명 와인인 라몽도트 라벨에서도 만날 수 있다. 메를로를 중심으로 시라, 카베르네 소비뇽, 프티베르도를 블렌딩했다. 포도 재배부터 양조에 이르기까지 보르도 와인 양조 노하우가 적용됐지만 인건비가 저렴한 덕분에 와인 가격이 결코 높지 않다는 점은 이 와인의 최대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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