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읽기]적절한 인플레는 경제 비타민… 지나친 비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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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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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인플레이션 문제가 금융시장을 억누르고 있다. 특히 미래 현금흐름이 고정돼 있어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채권의 가격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작년 4분기 때 잠시 2.9% 수준까지 떨어졌던 3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3.8% 이상으로 올라섰다. 한국은행의 갑작스러운 정책금리 인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가상승률만큼도 되지 않은 시장금리 수준이 너무 낮다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채권에서 조금씩 발을 빼고 있는 탓이다.

그나마 주식시장은 지금까지 좋은 실적을 보여줬다.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어 기업들이 원재료 가격의 상승 압력을 파는 물건 값에 반영할 수 있다는 믿음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채권에서 발을 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시작한 것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값이 오르면 수요가 줄고,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물건 값에 반영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면 채권에 이어 주식 가격, 나아가 금리에 민감한 부동산 가격도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일까. 필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낙관도 조심해야 하지만 지나친 비관 역시 투자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첫째,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유동성 붐에 따른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제한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정책금리를 올리고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등 정책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채권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채권시장의 인플레이션 자경단(bond-market vigilantes·인플레이션이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으로 인해 채권 가격 하락 가능성이 있을 경우 국채의 대량매도에 나서는 투자자) 기능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향후 경제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안정적 성장의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둘째, 정책금리 인상과 더불어 환율이 떨어지고 있다. 주가 등락과 달러 움직임에 따라 변동성이 크지만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다고 보면 원화 가치 절상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입 물가가 안정될 것이다. 물론 환율이 내리면 기업 가격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통화가치가 지나치게 절상되지 않는 한 우리 수출은 환율보다 글로벌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셋째, 적절한 인플레이션은 기업과 가계의 자발적인 생산성 강화 의지를 높인다. 인플레이션하에서 기업이 이익을 높게 유지하고 가계가 구매력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이를 상쇄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수밖에 없다. 일본처럼 물가와 금리가 너무 낮은 상황에서는 성장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적절하게 통제하기만 한다면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경제에 긍정적일 수 있다.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을 더 경주해야 한다. 특히 정책당국은 늦게나마 시작한 인플레이션 안정 정책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플레이션이 통제될 수만 있다면 자산 가격이 큰 타격을 받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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