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잃은 가계자금, 증시로 돌아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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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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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2,100 선을 가뿐히 넘어서자 투자시기를 저울질하던 가계자금이 증시로 귀환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다만 가계자금의 증시 유입이 본격화되고 있느냐에 대해선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사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의 부동자금이 600조 원에 이르지만 투자자들의 눈치 보기는 여전히 극심한 상황이다. 증시가 유례없는 상승랠리를 보이고 있지만 2007년처럼 가계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 가계자금은 증시로 돌아오고 있는가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이달 10∼19일 1조5646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 중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9.28%로, 2009년 8월(59.80%) 이후 최대치다. 고객예탁금은 1월 들어 2조5570억 원 증가하면서 13일 현재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한 16조5680억 원으로 올라섰다. 실질적인 주식매수자금 유출입을 보여주는 실질 고객예탁금도 이달 들어 1400억 원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펀드 환매를 통한 개인자금 이탈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주식형 펀드는 지난해 20조 원가량 환매된 것에 이어 올 들어서도 17일까지 1조5820억 원이 순수하게 빠졌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고객예탁금 등이 증가한다고 해도 펀드 환매가 지속되고 있어 가계자금이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랩으로 유입되는 자금량은 유의미한 수치”라며 “신규 자문사로 많게는 1조5000억 원의 뭉칫돈이 단기간에 몰리고 은행도 유사한 상품을 준비 중인 만큼 가계자금 유입이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 가계자금 유입은 하반기에 속도 낼 것

가계자금의 증시 귀환 여부를 떠나 강세장답지 않게 유입 속도가 더디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2007년 당시 펀드 열풍에 힘입어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으로 50조 원가량 들어왔지만 2,000이란 고점을 찍은 뒤 금융위기로 손실을 본 경험이 남아 있어 시장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가계부채 역시 부담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작년 3분기를 기준으로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친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770조 원에 이른다. 올 한 해 점진적인 금리인상으로 국내 가계부실이 본격화되면 증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증시전문가들은 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인 데다 부동산 시장 역시 침체돼 있어 시중자금이 결국은 증시로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성택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금리인상만 놓고 보면 부정적이지만 긴축보다는 정상화 기조일 것이며 대체로 부동산과 주식은 투자 주체가 달라 가계부채 부담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입속도는 증시 주변 신호에 따라 2, 3분기가 지난 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2,100 선에 대한 부담이 크므로 몇 차례 조정이 이뤄져야 개인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오태동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과 함께 상장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작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초과해야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초 상반기에 가계자금 유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봤으나 하반기는 돼야 속도를 낼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주애진 인턴기자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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