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감보다 달고 큰 레드향… 명품과일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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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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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농가 올 500t 출하

14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레드향을 재배하는 농민 강문석 씨(오른쪽)가 비닐하우스 안에
서 강종훈 제주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와 함께 설 명절을 앞두고 출하를 준비 중인 레
드향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14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레드향을 재배하는 농민 강문석 씨(오른쪽)가 비닐하우스 안에 서 강종훈 제주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와 함께 설 명절을 앞두고 출하를 준비 중인 레 드향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14일 제주 서귀포시 효돈동 효돈농협 유통센터 감귤선별장. 어른 주먹만 한 넓적한 귤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선별기를 통과하는가 싶더니 자동으로 당도와 크기별로 상자에 척척 담겼다. 이곳에선 설 대목을 앞두고 신품종 감귤 ‘레드향’의 선별, 출하 작업이 한창이다. 레드향은 2007년 일본에서 ‘한라봉’과 ‘서지향’(일본에서 개발된 품종)의 두 품종을 교접해 개발한 품종으로 단맛과 넓적한 모양을 따서 ‘감평(甘平)’이라 부르던 것을 3년 전 제주에 들여와 재배를 시작했다.

현재 제주도에서 레드향을 재배하는 농가는 효돈동을 중심으로 200가구 남짓. 올해는 레드향이 본격적인 수확을 하는 첫해다. 레드향 재배는 부가가치가 높은 감귤을 생산하려는 제주 농가의 도전이기도 하다. 일반 밀감은 한 해 과실이 많이 열리면 이듬해 수확량이 줄어드는 ‘해거리’ 현상이 반복돼 농가의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어려웠다.

○ 일반 밀감 크기의 2, 3배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품종을 개량한 것이 바로 한라봉, 천혜향 등 ‘만감(滿甘)류’다. 나무에 과실을 오래 두었다 따는 밀감이라 ‘만감’이란 이름이 붙었다. 일반 밀감보다 단가가 높아 고수익 보장 품종으로 인기가 올라가면서 제주지역 만감류 출하량은 2007년 2만9247t에서 2008년 3만1544t, 2009년 3만8912t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레드향은 만감류 중에서도 당도가 높고 신맛이 적은 품종이다. 일반 밀감의 당도는 8∼9브릭스인 데 반해 레드향은 한라봉(13∼15브릭스)과 비슷한 수준이다. 크기는 일반 밀감의 2, 3배 수준으로 개당 무게가 220∼300g에 달한다. 껍질도 얇아서 과육 크기가 실하다. 같은 나무에서 따도 어느 가지에서 달린 열매인지에 따라서 당도나 크기가 들쭉날쭉한 한라봉에 비해 레드향은 과실의 품질이 고른 것이 특징이다. 기자가 나무에 달린 레드향을 따서 맛봤더니 과육의 아삭대는 느낌이 일품이었다. 껍질에서는 은은한 민트향이 났다.

하지만 레드향의 재배 과정이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만은 아니다. 일본에서 개발된 품종이라 국내에는 재배법이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이 최대 난관이었다. 특히 레드향의 단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핵심적인 물을 주는 양과 시기를 조절하는 노하우를 익히기까지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 민관 합심해 재배 노하우 쌓아

어렵게 맺힌 열매를 관리하는 것도 기존의 감귤류와 달라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레드향 재배 농민 강문석 씨(40·제주 서귀포시 남원읍)는 “레드향은 열매 하나하나를 비닐 끈으로 묶어 늘어뜨려야 하는데 재배 초기에는 한라봉처럼 햇볕을 많이 받으면 좋을 것 같아서 가지를 매달아 올렸다가 열매가 잘 자라지 않아 애를 태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제주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팀 강종훈 농업연구사는 “재배 노하우를 배우려고 일본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고 다닌 날도 많았다”며 “농가와 농업기술원이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하나씩 문제를 풀어 나갔다”고 회고했다.

이상저온 현상과 한파 등에도 올해 제주 레드향의 작황은 생산량이 500t을 넘기는 등 양호한 편이다. 재배농가와 면적이 늘어나는 추세라 내년에는 생산량이 2000∼3000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 제주본부 감귤팀 고성만 차장은 “맛과 품질에서 한라봉, 천혜향 못잖은 레드향이지만 아직까지 소비자에게 생소해서 수요가 적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설을 맞아 제주 레드향 선물세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레드향 9개들이 1상자 가격이 7만 원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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