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돈만 생기면 절반은 투자…줄기세포 치료제 상용화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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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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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벤처 1세대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2000년 바이오벤처회사인 메디포스트를 세운 국내 바이오벤처 1세대 양윤선 대표. 회사 설립 10년 만인 지난해 12월 동아제약과
 줄기세포를 이용한 관절 연골 치료제인 ‘카티스템’의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양 대표는 글로벌 바이오 제약회사로 커나가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000년 바이오벤처회사인 메디포스트를 세운 국내 바이오벤처 1세대 양윤선 대표. 회사 설립 10년 만인 지난해 12월 동아제약과 줄기세포를 이용한 관절 연골 치료제인 ‘카티스템’의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양 대표는 글로벌 바이오 제약회사로 커나가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상상력에서 출발한 과학적 가설이 산업 분야에서 제품으로 현실화될 확률은 낮습니다. 수많은 바이오벤처 기업이 명멸한 10년 동안 한 우물을 파지 않았다면 우리 회사는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1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메디포스트 본사에서 만난 양윤선 대표(47)는 이론적 가능성만 있던 분야에 진출해 기업을 일구며 버텨온 시간을 이렇게 평가했다. 국내 바이오벤처 1세대인 그는 2000년 6월 삼성서울병원 전문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제대혈 보관 서비스와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를 목적으로 메디포스트를 세웠다. 그로부터 10년 만인 지난해 12월 양 대표는 동아제약과 관절연골 재생 치료제인 ‘카티스템’의 100억 원대 국내 판권 계약을 했다.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원료로 하는 이 약은 21일 임상실험(3상)이 종료된 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가 나오면 국내 판매가 가능해진다.

그는 “연구대상으로만 인식되던 줄기세포 치료제의 상용화가 눈앞에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를 세울 당시 양 대표는 ‘10년 뒤에는 회사가 아예 망해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과학을 산업화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련도 많았다. 회사를 세우고 제대혈 보관 시설을 갖추자 자금이 바닥났다. 양 대표는 “경영과 연구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줄기차게 영업에 매달려 2002년에는 매출을 200억 원까지 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2년 제대혈 은행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이어 제대혈 보관의 문제점이 지적되자 2003년에는 매출이 100억 원대로 추락했다.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도 지지부진했다. 게다가 2005년 황우석 교수 사태를 겪으며 ‘줄기세포=의심스럽다’는 인식까지 생기면서 매출은 100억 원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양 대표는 “황 교수 사건 이후 카티스템 임상실험이 2년 동안 중단됐다”며 “제대혈 은행에서 나오는 수익에다 투자받은 돈을 합치고 국책사업을 하면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그 시기를 버텼다”고 설명했다.

위기 속에서도 양 대표가 놓지 않은 것은 ‘연구개발’이었다. 회사가 어렵지만 작은 돈이라도 생기면 50% 이상을 연구개발에 쏟아 부었다. 양 대표는 “꾸준한 연구개발이 없었다면 줄기세포 치료제도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포스트의 목표는 이제 제약회사의 면모를 갖추고 줄기세포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펼치는 것이다. 양 대표는 “카티스템이 출시되면 초기 시장 규모가 1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며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다시 10년 뒤에는 글로벌 바이오 제약회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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