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확대… 中-日과 경쟁 나선다

  • Array
  • 입력 2011년 1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 외환보유 3000억달러 시대… 한은 ‘외화자산운용원’ 신설

한국은행이 이번에 외화자산운용원을 신설하려는 것은 외환보유액이 곧 3000억 달러 진입을 앞둔 만큼 외화자산 운용방식도 급변한 금융환경에 맞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200억 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2월 현재 2915억7000만 달러로 13년 만에 10배 이상 불었다. 세계에서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중국(2조6483억 달러) 일본(1조1010억 달러) 러시아(4831억 달러) 대만(3793억 달러) 인도(2924억 달러)에 이어 6위를 차지할 정도다.

○ 한국 외화자산 굴리는 방법 달라지나


한은은 외화자산운용원이 어떤 방식으로 외환보유액을 운용할지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현재 ‘안정성’과 ‘유동성’ 중심에서 ‘수익성’을 좀 더 고려하는 방향으로 운용방식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전한 선진국 국채 외에도 금 등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품목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현재 외환보유액 가운데 국채, 정부기관채, 국제기구채 등을 포함한 유가증권이 전체의 90%를 넘는 2679억3000만 달러에 이른다.

최근 미국 달러화 약세가 당분간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외화자산 운용의 변화가 불가피한 배경이 되고 있다. 2009년 말 현재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63.1%로 달러가 약세가 되면 가만히 앉아서 자산 가치만 깎아 먹을 수밖에 없다. 우희성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 차장은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 달러화는 안전 자산이라고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으로 자산 가격이 오르고 있는 신흥국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외환위기 때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수익성을 올리기 위한 자산운용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 국부펀드 경쟁 전망


한은이 이번에 외화자산운용원을 신설하려는 또 다른 배경에는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국부펀드를 키우기 위한 행보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중국투자공사(CIC)를 필두로 전 세계 자원시장을 선점하고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국부펀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외화자산 운용에 보수적이라 국부펀드가 없던 일본도 중국의 행보에 자극받아 최근 국부펀드 조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화자산으로 국부펀드를 대형화해 자국 기업이 해외기업 M&A에 쓸 실탄을 대주는 방식이다. 세계 3위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올 3월 투자규정을 바꿔 채권투자 비중을 5%가량 줄이는 대신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의 조직개편과 아울러 외환보유액의 일부와 외화평형기금으로 구성되는 한국의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의 규모를 얼마나 키울지도 관심사다. 국가경쟁력위원회에서 11일 KIC의 재량을 키우겠다고 발표한 만큼 앞으로 외화자산을 운용할 때 KIC에 대한 위탁금도 늘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미 지난해 12월 외화자산 가운데 30억 달러를 KIC에 추가 위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은은 2006년 KIC 설립 당시 170억 달러를 위탁한 뒤 이번에 추가로 위탁한 것이다. 현재 한국의 국부펀드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의 18분의 1밖에 안 되고 중국 ‘CIC’의 9분의 1에 불과하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