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가車 ‘나노’ 인도 타타 트랙서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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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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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줄이려 편의장치 최소화… 싸구려 예상했는데 ‘성능 만족’

《 ‘예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 다음부터는 놀라움의 연속. 차 문을 열 때 차체가 강화 플라스틱이 아니라 강판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실내에 들어가선 성인 남자 4명이 충분히 앉을 정도로 내부 공간이 넉넉해서 놀랐고, 운전대를 잡고 나서는 이 차가 시속 100km까지 아무 어려움 없이 가속이 되는 데 다시 놀랐다. 더 많은 인도인에게 자동차를 보급하겠다며 2008년 타타자동차가 내놓은 세계 최저가(발표 당시 약 247만 원) 자동차 ‘나노’의 첫인상이다. 지난해 12월 22일 한국 기자로는 처음으로 나노를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에 있는 타타차 푸네 공장의 테스트트랙에서 타봤다. 》
기자가 시승한 모델은 나노의 3가지 트림 중 중간 사양인 ‘나노 CX’ 모델로 가격은 판매 도시와 차량 색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14만∼16만 루피(약 346만∼396만 원)다. 나노는 기본형, CX, LX의 3가지 모델이 있으며, 가장 값이 싼 기본형의 가격은 11만∼13만 루피(약 270만∼322만 원)다.

시승 소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면 ‘예상보다 뛰어나고 가격 대비 만족스럽다’는 것이었다.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사이드 미러는 운전석이 있는 우측에만 달았고 와이퍼도 1개뿐이었으나 운전석과 조수석은 생각보다 훨씬 넓어 다리를 편하게 뻗어 운전할 수 있었고 뒷좌석에선 무릎을 불편하게 굽힐 필요가 없었다. 좌석이 약간 높아 시야감이 좋았으며 2기통임에도 불구하고 실내 소음은 한국 경차인 기아자동차 ‘모닝’ 정도 수준이었다.

가속 페달을 밟자 10초 정도 만에 시속 60km에 도달했으며 이후에도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시속 100km에도 이르렀다. 제원표에 따르면 나노의 최고 속도는 시속 105km이며 최고 출력은 35마력, 연료소비효율은 L당 23.6km다.

에어컨과 파워 윈도는 있었으나 카 오디오와 트렁크, 에어백이 없다는 게 최대 단점이자 걱정스러운 점이었다. 바퀴 지름이 너무 작아 코너를 급하게 돌 때는 불안하기도 했으나 타타차 측은 “주행 성능을 개선하고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앞바퀴와 뒷바퀴의 크기를 달리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나노는 한국의 경차인 GM대우자동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에는 절대적으로 못 미쳤으나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저속 전기차보다는 승차감이나 성능, 인테리어가 오히려 뛰어났다. 비용을 조금 더 내더라도 에어백과 자동변속기만 설치된다면 영업·배달용 업무차량으로 경쟁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노’의 운전석 모습. 계기반 아래 배선에 따로 덮개를 씌우는 비용까지 아꼈다.
‘나노’의 운전석 모습. 계기반 아래 배선에 따로 덮개를 씌우는 비용까지 아꼈다.
차를 구석구석 살펴볼수록 생산비를 줄이고자 들인 노력에 감탄하게 됐다. 뒷좌석은 완전 고정식이었으며 시트와 머리받침대는 일체형이었다. 대시보드는 플라스틱 한 덩어리로 만들었으며 계기반도 속도계와 연료계, 간단한 표시등 등으로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트렁크를 없애고 대신 보조석을 앞으로 접은 뒤 화물을 적재할 수 있게 했다. 타이어는 단 세 개의 너트만 사용했으며 가·감속 페달 주변 몇몇 배선이나 머플러, 운전석을 받치는 이동레일 등은 따로 덮개가 설치되지 않았다.

타타차 측은 “부품회사와 함께 모든 요소를 설계하고 계속 수정하면서 생산비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며 “시트 설계만 5번을 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너무 초저가라 대당 기대 수익도 얼마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타타차의 아룹 매커지 홍보담당 차장은 “양으로 승부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노의 누적 판매 대수는 7만여 대로 썩 좋진 않은 상황이다.

타타차는 “지역 주민 반대로 당초 웨스트벵골 주 싱구르에 지으려던 생산 공장을 구자라트 주 사난드로 옮기는 등 아직까지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그냥 저가차라면 몰라도 초저가차는 시장 자체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나노’의 뒷좌석 모습. 뒷좌석 등받이는 완전 고정식으로 각도를 조절할 수 없다.
‘나노’의 뒷좌석 모습. 뒷좌석 등받이는 완전 고정식으로 각도를 조절할 수 없다.
나노를 개발한 기리시 와그 타타차 승용차부문장은 “초저가차는 생산뿐만 아니라 판매에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차만 만들어 놓으면 될 줄 알았는데, 자신들이 차를 살 거라고 생각지 못했던 이들 예상 고객층은 매장을 방문하거나 가격을 문의하는 일 자체를 어려워했다는 것이다.

와그 부문장은 “초저가차를 파는 매장을 따로 만들고 저소득층 고객을 위한 판촉 활동과 소액 융자 프로그램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판매 실적과는 별도로 기업 브랜드를 알리는 측면에서 나노 출시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마케팅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푸네=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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