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사태’ 한달째…전국확산 중대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7일 10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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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경북 안동에서 의심신고가 접수되면서 시작된 `구제역 사태'가 27일로 한 달째를 맞고 있다.

살처분, 매몰 규모만도 이미 역대 최대를 넘어선데다 발생기간도 2002년 5월에 시작됐던 구제역을 제외하면 가장 길다.

지난 2000년의 구제역은 3월24일부터 4월15일까지 22일간 경기 파주, 화성, 용인, 충남, 홍성, 보령, 충북 충주 등 3개 시·도, 6개 시·군에서 15건이 발생해 2216마리가 살처분, 매몰됐다. 살처분 보상금은 71억원에 달했고 이때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접종이 실시됐다.

이어 2002년 5월2일부터 6월23일까지 52일간 지속된 구제역은 경기 안성, 용인, 평택, 충북 진천 등 2개 시·도, 4개 시·군에서 16건이 발생해 16만155마리(1434억원)가 매몰됐다.

올해 초인 2010년 1월2일 시작된 구제역은 28일간 경기 포천, 연천 등 2개 시, 군에서 6건이 확인돼 5956마리(288억원)가 매몰됐다. 또 같은 해 4월8일 발생한 구제역은 29일간 인천 강화, 경기 김포, 충북 충주, 충남 청양 등 4개 시·도, 4개 시·군에서 11건이 확인되면서 4만9874마리(1242억원)가 매몰됐다.

반면 이번 구제역은 벌써 피해지역이 경북 안동.예천.영양.영주.영천.청송.봉화.영덕.의성, 경기 양주.연천.파주.고양.가평.포천.김포.여주.양평, 강원 평창.화천.춘천.원주.횡성.철원, 인천 강화.서구 등 4개 시·도, 26개 시·군, 60곳으로 늘었다.

살처분,매몰 규모는 2059농가의 44만3442마리에 달한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예방접종 대상도 경북 안동.예천, 경기 파주.고양.연천.여주.이천.양평 등 2개 시.도, 8개 시.군의 7087농가 17만1025마리로 늘었다.

문제는 국내 젖소의 40%가량을 사육하고 있는 경기 남부 지역에 속한 여주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항체 양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통상 구제역에 감염되면 7¤14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임상증상이 나타나며 이때부터 소.돼지의 입.발톱.유방 세포 등에서 바이러스가 자라면서 바깥으로 분비된다.

이 단계에서 구제역 검사를 하면 `항원 양성' 반응이 나온다. 이후 7¤14일이 더 지나야 항체가 형성되며 이때부터 `항체 양성' 반응이 나타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경기 여주 등 남부지역에서 확인된 구제역 바이러스는 이미 최소 1¤2주간 주변으로 확산됐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이 기간 `방역공백' 상태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사방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방역 당국이 서둘러 이들 지역에 추가로 백신접종을 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여주와 이천은 축산 밀집지역인 용인.안성과 근접해있고 교통 및 인적 교류 등을 감안할 때 추가 확산이 우려된다"면서 "이들 지역에서 충청 등 전국으로 구제역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예방접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경기 남부 지역에 대한 백신 접종의 효과, 차단방역의 성패 여하가 이번구제역 사태가 충청과 호남 지역 등 전국으로 확산되느냐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제역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농식품부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 장소도 청와대에서 농식품부 청사로 급히 변경됐다. 그만큼 청와대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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