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무역지형도 변화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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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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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소재 日의존 줄고 완제품 경쟁

한국과 일본의 무역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최근 20년간 한국의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영향력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또 부품과 소재의 공급지로만 여겨져 온 일본을 물건을 팔 수 있는 소비시장으로 보는 기업의 인식 전환도 나타나고 있다.

21일 도쿄에서 지식경제부와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경제협력의 현재와 미래’ 연구결과 발표회 내용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대일 무역적조는 1991년 88억 달러에서 지난해 277억 달러로 연평균 3.26%씩 증가해왔다. 그러나 한국의 전체 수출액에서 일본 제품의 수입 비중은 같은 기간 29.4%에서 13.6%로 절반 이상(15.8%포인트)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수출이 늘수록 대일 무역적자는 늘어나는 무역적조현상은 여전하지만 한국의 대일 의존도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한국이 일본에서 부품 및 소재 등 중간재를 수입해 세계 시장에 완제품을 팔고, 일본은 특별한 마케팅 노력 없이 한국을 통해 중간재를 파는 관계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전통적인 한일 교역 형태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발표 책임자인 요코하마(橫濱) 시립대 국중호 교수(국제경제)는 “한국의 총수출액이 지난 19년간 720억 달러에서 3640억 달러로 4.39배 증가했지만 일본의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며 “한일 무역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최근 들어 일본을 중간재의 공급지가 아닌 제품 판매 시장으로 개척하려는 한국 기업의 인식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일본 내수시장은 한국 기업의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방치돼온 측면이 있다. 일본의 까다로운 규제와 복잡한 유통구조 때문에 일본 시장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제품과 전기전자기기, 화장품과 식품 등에서 일본 진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한국산 화장품의 경우 일본의 수입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9년간 11.18%나 늘어 여타 제품 평균(2.06%)을 크게 웃돌고 있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이 휴대전화 판매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고 LG전자는 11월 일본 시장 여건에 맞춘 발광다이오드(LED) TV 10종으로 일본 TV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 개선은 과제로 지적됐다. 일본의 덴쓰리서치가 일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상품에 대한 이미지 조사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들은 75.8%가 자국 상품의 품질이 ‘좋다’고 응답한 반면 한국제품에 대해서는 7.1%만 ‘좋다’고 답했다. 또 자국 제품에 대해서는 68.9%가 ‘신뢰성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한국 제품에 대해서는 4.7%만 신뢰성을 인정했다.

국 교수는 “일본의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한국 수출품의 비율은 1991년 5.2%에서 2009년에는 4.0%로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미래지향적 한일 경제협력 발전을 위해서는 상호 내수시장 진출에 장애가 되는 제도적 관행적 요소를 철저히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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