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변화 바람탄 삼성, 열린 경영으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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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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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에게 ‘개발’이란?”

“은행보다 저금리로 5000만 원만 대출해 주세요. 집주인이 두려워요.”

“사장님께선 일요일 오후 6시쯤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약간은 뜬금없어 보이지만 톡톡 튀는 이 질문들은 삼성전자 최지성 대표가 2일 수원사업장에서 직원 700명과 가진 간담회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콘퍼런스에선 문자메시지로 질문을 받아 최 대표에게 바로 물어보는 등 형식도 파격적이었습니다. 다소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삼성에선 이례적인 모습이었죠. 이 자리에서 최 대표는 “이제 열심히 일해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자기계발은 물론이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데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삼성은 최근 사장단 인사를 언론에 발표하기에 앞서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이를 먼저 알리는 등 ‘소통 경영’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대대적인 인사 및 조직개편을 하면서 삼성 특검 등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 그룹 조직을 복원하면서 ‘수평형 협업’을 강조하는 한편 전략기획실 시절 3인방으로 불렸던 이학수 김인주 고문과 최광해 부사장을 물러나게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입니다.

그 대신 삼성은 AT&T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출신 우남성 부사장과 IBM에서 온 고순동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순혈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삼성 안팎에선 최근 “새로운 10년은 옛날의 10년과는 다를 것이다. 긴장해야 한다”고 밝힌 이건희 회장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삼성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있습니다. 바로 삼성 특검 직후인 2008년에 발표한 10대 경영쇄신안이 그것입니다. 당시 삼성은 이 회장, 이재용 당시 전무 등 경영진의 동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는 물론이고 지주사 전환을 약속했습니다. 이 중 편법승계의 구조적 해법으로 제시됐던 지주사 전환과 순환출자 해소는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물론 거대한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데 수십조 원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국민과 약속한 사항이라는 점에서 경영승계가 이뤄지기 전에 삼성 측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김상운 산업부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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