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전격 타결]한국산 자동차-미국산 축산물, 다같이 관세철폐 5년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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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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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극적으로 타결된 데에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철폐시기를 미뤄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우리가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이 주효했다. 우리 정부는 한미 FTA의 핵심 항목인 한국산 자동차 관세 철폐시기를 5년 뒤로 미루는 대신 미국산 축산물 한 품목에 대해서도 동일한 관세 철폐 유예기간을 받아냈다. 이로써 한미 FTA는 협상을 시작한 지 4년 6개월 만에 햇빛을 보게 됐지만 ‘이익의 균형’을 맞췄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
○ 자동차는 양보하고

3일 오전(현지 시간) 실무 합의된 한미 FTA 추가협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동차를 내주고 의약품과 축산물을 얻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은 자국 자동차시장을 보호하려는 미국 측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대신 우리의 취약점으로 꼽히던 의약품과 축산물 분야에서 일정 부분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이번 추가협상에서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자동차와 한국이 수입하는 미국산 축산물의 관세 철폐시기를 같은 정도로 늦추는 데 합의했다. 정부 협상팀 관계자는 “정확한 내용은 6일 한국에서 공식 발표하겠다”면서도 “당초 미국 요구의 절반 수준에서 한국산 자동차 관세 철폐시기를 미루고 그와 같은 정도로 미국산 축산물 관세 철폐시기를 미루는 데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2007년 4월 합의 때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를 즉시(3000cc 이하) 또는 협정 발효 후 3년 이내(3000cc 초과) 철폐하기로 했다. 하지만 추가 협상이 시작된 이후 미국은 이를 협정 발효 후 7∼10년 뒤로 미루자고 요구했다. 미국의 요구를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는 협상팀 관계자의 말을 근거로 할 때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철폐 시기는 배기량 구분 없이 5년 늦춰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또 자국 자동차 시장에 한국산 승용차의 수입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발동할 수 있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적용을 쉽게 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안전기준에서 현재 연 6500대까지 인정해 주기로 한 미국식 자기인증제도도 확대하기로 했다. 연료소비효율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규제 역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선 예외를 최대한 인정해 주는 데 합의했다. 또 신기술을 적용한 자동차에 대해 기술이 생소하다는 이유만으로 시장 진입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자동차와 관련해 새로운 기준을 만들 때 일정 기간 유예하자는 미국의 요구도 받아들였다.

그러나 미국에 완성차 형태로 자동차를 팔았을 때 제3국에서 수입한 부품에 대한 관세를 업체가 다시 돌려받는 관세환급제도에서 환급액을 제한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 의약품-축산물에서 양보 얻고

한국은 자동차분야에서 양보한 대가로 냉동육과 가공육(소시지, 밀폐용기 제품)을 포함한 냉장육(목살, 삼겹살 제외) 등 미국산 축산물에 대한 관세 철폐시기를 뒤로 미루기로 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철폐가 미뤄지는 정도와 같다”고 말해 미국산 축산물에 대한 관세 철폐시기 역시 5년 뒤로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이 이와 함께 요구했던 미국산 농산물 관세 철폐시기 유예, 농업 세이프가드 적용 확대는 미국 측의 거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농산물 노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며 이를 끝까지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약품 분야에서는 특허권이 완료되기 전 복제약 시판 방지 조치의 적용을 1년 반 이상 유예하기로 했다. 판매약의 90% 정도가 복제약인 국내 의약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로 국내 의약업계는 상당 기간 시름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한국인에 대한 미국 비자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기준 완화 등의 요구를 관철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 비준 순탄하지 않을 수도

양국은 추가협상 타결안을 놓고 본국 허가를 받은 뒤 의회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만 한국은 FTA 비준동의안과 FTA 이행과 관련된 법률안의 처리가 별개로 처리되지만 미국은 별도의 비준동의안 없이 협정문과 FTA 이행관련 법률안을 의회에 제출해 비준동의를 하게 된다.

또 한국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시한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미국은 이행법률안 제출 뒤 의사일 기준으로 90일 이내에 심의, 표결하도록 돼 있다. 미국 정부는 내년 2, 3월경이나 돼야 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한미 FTA의 가장 핵심 내용이자 가장 큰 성과로 꼽히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철폐 일정이 뒤로 미뤄져 정부가 강조하던 ‘이익의 균형’이 크게 깨졌다는 지적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이번 협의결과가 나오기도 전부터 ‘굴욕 협상’이라며 노골적으로 비준동의 반대 입장을 밝히는 상황이어서 국회의 심의, 의결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또 미국 의회 역시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데 대해 반발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두 나라 모두 의회 비준과정에서 험난한 고비가 예상되고 있다.

만약 양국 의회가 한미 FTA 비준을 서두르면 내년 상반기 안으로 비준동의 절차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0일 유예기간’을 감안하면 발효는 내년 상반기가 지나야 가능하게 된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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