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팀 ‘北변수’ 대책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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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미 FTA의 추가 쟁점을 비롯한 양국의 의견차는 여전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한미 동맹 강화론을 토대로 되도록 빨리 한미 FTA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당위성이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한국 협상팀의 방미 일정을 최종 조율하고 있는 외교통상부는 공식적으론 이번 사태와 한미 FTA 논의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24일 정례브리핑에 나선 안호영 외교부 통상교섭조정관은 한미 FTA 협상 일정이 잡히지 않는 것과 북한 사태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반드시 연결 지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25일 최석영 외교부 FTA 대표도 “한미 FTA는 굉장히 기술적인 문제로 최근의 상황과 관련이 없다”며 “일정이 잡히지 않는 것은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내부적으로 먼저 조율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초 이르면 11월 말, 늦어도 12월 초로 예상됐던 방미 일정이 아직까지 발표조차 나오지 않는 것은 최근 북한의 농축우라늄 시설 공개에 이은 연평도 도발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단 11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11, 12일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빈손’으로 돌아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워싱턴 내에서 강도 높은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중간선거 패배 후 정치적 타개책으로 삼았던 한미 FTA가 ‘믿었던 한국’의 비협조로 타결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한미 관계가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한국 유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결정, 천안함 사건 대응 등에서 보여준 미국의 정책 결정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브러더’라고 부를 정도의 신뢰가 바탕이 됐는데 이번 한미 FTA로 그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러한 미국 내의 여론은 한국 협상팀, 나아가 우리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협상 내용을 둘러싼 현실도 녹록지 않다. 24일 미국의 경제 전문매체 ‘월드 트레이드 온라인’은 미국 정부가 기존에 알려진 △30개월령 이상까지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뿐 아니라 △30개월령 이하 쇠고기의 가공식품(스튜, 수프 등) 수입 △쇠고기에 대해 현행 40%의 관세를 15년간 균등 폐지한다는 애초 합의안에서 시간을 앞당길 것 △30개월 이하 소장(小腸) 부분 수입 등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18일 미국의 통상전문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마이크 미쇼드 의원(민주당·메인)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자동차, 쇠고기 외에도 노동과 투자, 금융 조항을 변경해 의회 비준을 성사시킬 뜻이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도 최근 김황식 총리가 국익에 손상이 될 경우 한미 FTA를 안 할 수도 있다고 밝히는 등 양측의 발언 수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한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안보 협력과 지원을 필요로 하면서도 한미 FTA에서는 ‘이익의 균형’을 찾기 위해 미국 협상팀과 밀고 당기기를 계속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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