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서 온 KDI 유학생들 한국서 뭘 배우나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대학원 재학-졸업생 200명 조사 “수출주도경제-과기정책 도입하고 싶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개발도상국 출신의 공무원,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 등의 직원들은 가장 도입하고 싶은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으로 ‘수출 주도형 경제정책’과 ‘과학기술 정책’을 꼽았다.

22일 동아일보와 KDI 국제정책대학원(KDI 대학원)이 최근 개도국 출신의 KDI 대학원 재학생 142명과 졸업생 58명 등 총 2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 전수 및 주요 20개국(G20)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고국에 가장 도입하고 싶은 한국의 발전경험(3개까지 선택 가능)’으로 수출 주도형 경제정책(20.8%)과 과학기술 정책(18.1%)을 선택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한국이 25일 선진국 클럽 중의 클럽으로 꼽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 1주년을 맞이하는 것을 계기로 진행된 것이다.

○ 개도국 엘리트들의 벤치마킹 대상

이 같은 결과는 경제 전문가들이 한국경제의 성장 배경으로 꼽는 핵심 원인을 개도국 엘리트들도 중점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출 주도형 경제정책과 과학기술정책 다음으로는 ‘높은 교육열’(17.1%)과 ‘정부의 리더십과 관료제도’(11.6%)를 선택한 비율이 높았다.

김준경 KDI 대학원 교수는 “한국경제의 높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수출 경쟁력은 동남아 지역 개도국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벤치마킹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이 개도국들에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경제개발 정책과 더불어 교육 같은 사회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KDI 대학원의 개도국 출신 유학생들은 모든 개도국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한국의 발전경험으로는 경제정책 대신 ‘높은 교육열’(17.9%)과 ‘정부의 리더십과 관료제도’(17.9%) 같은 사회·문화적인 경험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올해 초부터 KDI 대학원에서 유학 중인 방글라데시 공무원 쇼리풀 이슬람 씨(35)는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실제 사회 구조와 분위기가 어떤지를 알고 싶어서 더더욱 한국 유학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출 주도형 경제정책(17%)과 과학기술 정책(13.6%)은 개도국들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한국의 발전경험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민주화된 정치체제’(11.2%)를 선택한 이도 많았다.

○ 인지도 낮은 한국의 공적개발원조

개도국 출신 유학생들은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에 대한 관심은 많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정책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ODA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히는 ‘경제발전 공유사업(KSP)’의 경우 9월 초 전 세계 22개국을 대상으로 총 200개가 진행됐다. 하지만 조사에 참여한 개도국 유학생 중 KSP를 ‘매우 잘 알고 있다’ 또는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이는 각각 11.2%와 14.2%에 그쳤다. ‘잘 모른다’와 ‘전혀 모른다’고 답한 이는 각각 33%와 12.7%로 절반에 조금 못 미쳤다.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G20 내에서의 개도국 경제개발 문제에 대한 논의에도 보수적인 전망이 많았다. 설문에 응한 개도국 유학생 중 79명(39.5%)만이 ‘개도국의 경제개발 문제가 G20에서 충분히 다루어질 것이다’라고 답했다.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을 것이다’(18%)란 답변보다는 많았지만 절반 가까운 사람(85명·42.5%)이 ‘보통일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