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凡人이 리더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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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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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도 4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이 다가올수록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레벨은 점점 높아진다. 업무적으로는 한 해 사업성과를 점검하고 내년도 계획을 세우느라 한층 분주해진다. 개인사를 돌아보면 한숨부터 나오기 일쑤다.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도 없는데 나이만 한 살 더 먹는 건 아닌지 허탈할 뿐이다. 이러다 직장 상사에게 싫은 소리라도 듣게 되면 자괴감과 좌절감에 빠지기 다반사다.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의사 결정을 통해 개인과 회사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결국 업무 판단도, 자기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의사 결정을 내릴 때 경계해야 할 인지 편향(cognitive bias) 중 하나로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이란 게 있다. 어떤 사안을 판단하거나 실현 가능성을 점칠 때 가장 최근의 사례, 혹은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사건 등에 집착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와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심리학 개념이 ‘초점주의(focalism)’다. 현재 눈앞에서 벌어지는 특정 사건에 과도하게 초점을 둔 나머지 그 사건과 함께 벌어지고 있는, 혹은 앞으로 벌어질 다른 일들에 대해 잊어버리는 습성을 말한다.

가용성 편향이 주로 인간의 논리적 판단과 관련돼 있다면 초점주의는 감정적 측면과 관련이 깊다. 대니얼 길버트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초점주의가 ‘영속성 편향(durability bias)’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특정 사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예측할 때, 실제보다 그 영향력과 지속 기간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즉, 기쁨이든 슬픔이든 현재의 감정이 실제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 이는 장차 벌어질 다른 일들을 생각하지 않고 지금 눈앞에 벌어진 사건에만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스스로를 제한된 틀에 가둬놓고 편협한 시각에서 어떤 일을 판단한 후 그에 따라 수반되는 감정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성향이 있다는 뜻이다. 그 결과는 종종 왜곡된 예측과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진다.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정보의 편식을 자제하고 현재의 상황에서 한 걸음 물러나 전체를 ‘큰 그림’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과거 특수한 환경하에서 벌어진 특정한 성과를 과대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현재 느끼는 자괴감과 좌절감을 필요 이상으로 확대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직장 상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길버트 교수의 주장처럼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영원토록 행복하거나 비참해지지 않는다. 단지 스스로 그럴 것이라고 잘못 생각할 뿐이고, 바로 그 생각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뿐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 같은 오류에 붙들려 산다. 감정의 기복을 통제하고, 앞으로 일어날 수많은 가능성과 함께 현재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역량은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이다.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9호 (2010년 1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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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수익 극대화할 수 있는 가격 전략은?

▼ McKinsey Quarterly


한 의료장비 제조업체는 6∼18개월 간격으로 주력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버전의 신제품을 내놨다. 새 제품이 나오면 기존 제품보다 일괄적으로 몇 퍼센트 가격을 올렸다. 혁신적인 기능 개선이 이뤄져도 이런 식의 가격 정책을 고수했다.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에서 신제품으로 쉽게 이전하도록 가격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기존 제품은 가격을 20∼40% 크게 내려 장기간에 걸쳐 판매했다. 신제품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소비자에게 저렴한 대체재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계산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기존 제품의 할인 판매로 신제품 값도 추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과 신제품이 창출하는 가치에 큰 변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이 회사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수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모든 제품 라인의 평균 가격이 해마다 떨어지는 문제에 직면했다. 회사가 자기 혁신을 할수록 성과가 하락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가격 전략에 있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 장기적 관점에서 제품의 수명주기까지 고려한 새로운 가격 전략 솔루션을 소개한다.



‘결정적 순간’에 강한 기업이 장수한다

▼ 경영거장 탐구


한 기업이 오랜 기간 생존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 기업들의 평균 수명은 불과 10년 남짓이다. 특히 80%에 가까운 기업들이 창업 후 30년 이내에 사멸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100년, 200년을 생존할까.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우량기업일까? 학계의 엄밀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성과와 생존은 거의 상관관계가 없다. 심지어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놀라운 연구결과도 있다. 이는 분석의 단위를 개인으로 바꿔도 비슷하다. 높은 성과를 내고 좋은 인사고과 점수를 받는 사람이 높은 직위로 승진하느냐의 문제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다. 궁극적으로 최고위직으로의 승진 여부는 그 이전까지의 성과, 즉 인사고과와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일상적 성과가 장기 생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기회나 위기와 같은 ‘결정적 순간(critical moment)’의 성과는 기업의 장기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장수기업은 결정적 순간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기업의 수명을 늘렸다. 인사고과가 뛰어난 인재가 어느 순간 갑자기 몰락하거나 평범한 사람이 결정적 순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며 롱런하는 이유다. 결정적 순간에 대한 통찰을 통해 ‘장수기업’의 비결을 소개한다.



무너진 갱도에서 피어난 영적 리더십

▼ Lessons from the Past


얼마 전 칠레 산호세 광산에서 광원 33명이 무너진 갱도에 갇혔다가 사고 69일 만에 무사히 구출됐다. 매몰된 광원들의 극적인 귀환은 칠레는 물론 세계를 흥분시켰다. 광원들은 암흑 속 지하 갱도에서 처음 17일간 48시간마다 비스킷과 두 스푼 분량의 참치로 연명했다. 일부 광원은 자신이 굶어 죽으면 다른 광원들에게 먹힐 것을 두려워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구출된 광원들은 이처럼 극한의 상황에서 생명을 부지한 사람답지 않게 건강하고 활기가 있었다. 이들은 어떻게 지하 갱도의 암흑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이는 극한 상황 속에서 행정리더, 보건리더, 영적리더 등 3가지 다른 역할을 지닌 리더십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덕분이다. 현대 비즈니스 리더들은 행정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현대 기업 현장에서는 이윤 추구 등 세속적 이슈를 떠나 높은 수준의 가치에 대한 신념을 실천하고 확산시키는 영적리더십이 절실하다. 조직원들이 주어진 상황 속에서 목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이끈 영적 리더십의 요체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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