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보행자 안전을 먼저 챙겨라” 자동차 기술이 ‘친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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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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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비추는 나이트비전… 그물망 후드… 사고부상 최소화
인체 감지-위급시 차 스스로 멈추게 하는 레이더 장치도

메르세데스벤츠의 ‘코너링 라이트’ 기술은 밤에 운정자가 보행자를 빨리 알아차릴 수 있게 도와준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코너링 라이트’ 기술은 밤에 운정자가 보행자를 빨리 알아차릴 수 있게 도와준다.
《자동차와 보행자가 충돌할 때 절대 약자는 보행자이지만, 지금까지 자동차의 안전 기술은 대부분 차 밖의 사람이 아닌 차 안의 사람을 향했던 것이 사실이다. 기술적으로도 차 안의 사람은 대체로 위치가 고정돼 있는 데 반해 차 밖 보행자는 어디서 부딪힐지 모르기 때문에 사고 양태를 예상하기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어느 자동차회사의 광고처럼 모든 운전자는 보행자이기도 하다. 몇 년 전부터 보행자의 안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통안전 연구의 초점이 달라지고 있고, 각국 정부들도 점점 까다로운 기준을 자동차회사들에 요구하는 추세다.》
○ 사고 자체가 나지 않게

자동차회사의 처지에서 1차적으로 보행자를 보호하는 일은 사고 자체가 나지 않도록 운전자를 돕는 것이다. 운전자가 사고를 내기 쉬운 사각지대를 보여주거나 야간에 시야를 확보하는 등의 기능이 여기에 해당한다.

BMW는 가로등이 없는 밤거리에, 헤드램프가 비추는 영역 밖의 행인도 감지할 수 있도록 나이트 비전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최근에는 2세대 나이트비전을 내놨다.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은 적외선 라이트를 이용한 ‘나이트 뷰 어시스트’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밤에 방향지시등을 켜거나 운전대를 돌릴 때 ‘코너링 라이트’ 기능이 자동으로 작동해 회전하려는 방향의 하향등과 전면 안개등이 측면을 비추게 한다. 보행자를 좀 더 빨리 볼 수 있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사고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폴크스바겐은 범퍼를 몇 겹의 특수 소재 레이어로 구성해 보행자 피해를 줄이는 ‘멀티플 레이어 범퍼’를 개발했다.
폴크스바겐은 범퍼를 몇 겹의 특수 소재 레이어로 구성해 보행자 피해를 줄이는 ‘멀티플 레이어 범퍼’를 개발했다.
다음 단계는 차체 설계나 구조를 개선해 사고가 나도 차에 받힌 사람이 덜 다치게 하는 것. 국토해양부가 실시하는 신차안전도 평가의 보행자 보호성능 부문에서 국내 신차 평가에서 처음으로 별 4개를 얻은 GM대우자동차의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후드를 그물망 구조로 만들고 범퍼에는 충격흡수용 폼을 적용했다.

혼다도 이와 비슷한 ‘보행자 상해 경감 보디’ 기술을 개발해 국내에 나온 모든 모델에 적용하고 있다. 후드 아래 충격을 흡수하는 공간을 확보하고, 와이퍼 장착 부위나 후드 장착 부위에는 사람과 충돌했을 때 변형되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를 적용했다. 스바루도 차량에 환형 강화 프레임을 적용해 전면 충돌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게 했다.

1970년대부터 보행자 안전 연구를 해 온 폴크스바겐은 몇 겹의 특수 소재 레이어로 구성된 멀티플 레이어 범퍼 기술을 개발했다. 이 범퍼에는 신축성이 뛰어난 크로스 빔이 추가로 들어가 있고, 발포 고무 소재가 별도로 삽입돼 충돌 때 최대한으로 충격을 흡수한다.

○ 사고 나도 충격 덜하게

정면에서 차와 충돌한 보행자는 보통 범퍼에 다리를 받히고 공중에 떴다가 후드로 떨어져 부딪히면서 2차 충돌을 당한 뒤 차체 다른 부분이나 땅바닥으로 떨어지면서 3차 충돌을 겪는다. 특히 이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강철 부품이 꽉 들어찬 차량 전면부에 머리가 부딪히는 2차 충돌이다. 최근 자동차회사들은 전면부 디자인을 바꾸고 엔진룸을 감싸는 커버 등을 마련해서 2차 충돌에서 보행자가 입는 피해를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포드는 다양한 신장의 로봇 모델을 만들어 충돌 시뮬레이션 실험을 하고 있다.
포드는 다양한 신장의 로봇 모델을 만들어 충돌 시뮬레이션 실험을 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카는 날렵한 스타일로 보이기 위해 엔진 후드를 낮게 설계해 엔진 후드와 엔진 사이 간격이 좁고 충돌 때 그만큼 보행자가 머리를 다치기 쉽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닛산은 스포츠카 ‘370Z’에 범퍼에 내장된 센서가 보행자와 충돌을 감지해 자동으로 후드를 들어올려서 엔진 후드와 그 밑의 단단한 부품들 사이에 공간을 만드는 ‘팝업 엔진후드’를 적용했다. 최근 국내 시장에 나온 푸조의 프리미엄 쿠페 ‘RCZ’에는 충돌 시 보닛을 0.1초 안에 55mm를 올려주는 파이로테크닉 시스템이 있다. 현대자동차는 후드에 멀티콘 형상의 골조를 적용해 보행자를 받았을 때 충격 에너지를 골고루 분산시켜 머리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술을 ‘신형(YF) 쏘나타’에 적용했다.

포드는 가족 단위 로봇 모델을 만들어 각각 키와 몸무게가 다른 사람들이 자동차에 받혔을 때 어떻게 다치는지를 알아보는 시뮬레이션 실험을 한다. 이를 바탕으로 △보행자의 머리와 어깨 부분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는 보닛 △다리와 무릎 부상을 최소화하는 범퍼 △보행자의 무릎 충격을 흡수하고 유리 파편이 다리에 박히지 않는 헤드램프를 개발했다고 설명한다.

○ 자동차야, 네가 나서렴

미래 자동차들의 보행자 보호 시스템은 운전자를 돕거나 보행자의 충격을 줄이는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차량이 자동으로 사고를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는 내년 상반기(1∼6월) 내놓을 예정인 ‘더 올 뉴 볼보 S60’과 ‘볼보 V60’에는 능동형 안전장치를 장착해 보행자를 보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량 그릴에 포함된 레이더 장치, 백미러 안쪽에 있는 카메라, 중앙통제장치 등으로 구성된 이 보행자 추돌방지 시스템은 전방의 물체와 물체까지의 거리를 레이더가 감지하고 그 물체가 어떤 형태인지 카메라가 판단하도록 돼 있다. 보행자와 부딪칠 것 같으면 이 시스템은 1차로 음향과 점멸 램프로 경고를 보내며, 운전자가 이에 반응하지 못하고 충돌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되면 차의 제동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도요타도 레이더와 카메라로 장애물을 인식하는 ‘PCS’(사고 전 안전 확보) 시스템을 개발했다. 현재 렉서스 차량에 적용된 PCS 시스템은 전파 반사가 잘되고 형태가 바뀌지 않는 도로 위 물체를 인식하는 수준이나, 개발 중인 어드밴스트 PCS 시스템은 시속 50km로 달리다가도 보행자를 인식하면 충돌 직전 차를 세운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중국 상하이 엑스포에서 선보인 차세대 친환경차 ‘EN-V’에서 차량 간 교신과 거리측정 센서를 결합한 보행자 보호시스템을 공개했다. 이 콘셉트 카는 보행자가 갖고 다니는 휴대전화 신호 등을 감지해 일정 거리 내로 사람이 접근하면 주행 속도를 줄이고, 사방을 감시하는 카메라가 보행자 정보를 최종 판단해 충돌을 피하는 적극적인 안전 기능을 갖췄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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